9번 체질인가? 이강인 이어 정우영 시대도 함께 열렸다 … 獨 슈투트가르트 함박웃음

      2023.10.08 15:52   수정 : 2023.10.08 16: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황선홍호의 이번 아시안게임 여정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선수를 꼽자면 단연 정우영(슈투트가르트)를 빼놓을 수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해 대회 3연패를 이룬 황선홍호는 27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정우영이 혼자 8골을 몰아쳤다.



무엇보다 득점의 '영양가'가 높았다. 이번 대회 황선홍호의 포문을 연 선수는 정우영이었다.
대회 첫 경기인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 시작 3분 만에 정우영은 득점을 신고했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우영의 활약 덕에 황선홍호는 첫 경기를 9-0으로 이겼다.

금메달을 따는 데 '최대 고비'로 꼽힌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정우영이 펄펄 날았다. 2득점이 모두 정우영의 발끝에서 나왔다. 정우영은 이 경기에서 2골을 넣기 위해 찼던 슈팅은 딱 2번이었다. 2번의 득점 과정에서 정우영이 공을 소유한 시간은 합쳐도 2초를 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빈공간을 찾아서 밀어넣었다.



우즈베키스탄전 시작 5분 만에 엄원상(울산)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툭 밀어 넣은 정우영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38분에는 혼전 끝에 수비가 놓쳐 문전으로 흐른 공을 또 가볍게 차 넣었다. 두 번째 득점 장면을 보면 정우영은 또 어느새 문전에서 '발견'됐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왼발 크로스가 상대 수비벽에 막혀 하프라인까지 공이 흘렀을 때만 해도 정우영은 페널티아크 뒤에 있었다. 재차 공이 페널티박스로 공급되는 순간, 갑자기 정우영이 홀로 문전으로 뛰었다. 다른 선수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백승호의 헤딩 패스가 이한범(미트윌란)과 경합하던 사이다자마트 미르사이도프와 아사드베크 라키므조노프 사이로 갔다. 수비수들이 공을 처리하려고 발을 갖다대는 순간 정우영이 이를 낚아챘다. 순간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골키퍼 앞에서 가볍게 툭 차 넣어 2-1을 만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을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골이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정우영의 '한방'이 팀을 구했다. 0-1로 뒤진 전반 27분 황재원(대구)의 크로스가 수비수 키를 넘어서 오자 헤딩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렇듯 정우영은 오프더볼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시야가 넓다. 정우영은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왕성하게 움직인다. 상대가 보지 않는 공간을 잘 보는 정우영이다.

단거리 전력 질주도 빨라서 수비수가 이리저리 뛰는 정우영의 움직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상대의 공을 빼앗거나 흘러나오는 공을 잘 밀어넣는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런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2018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정우영은 2019년 프라이부르크로 적을 옮겼고, 4년을 뛰다가 올여름 슈투트가르트에 입단했다. 세계 정상급 리그로 평가되는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만 5년째다. 아무런 장점 없는 선수가 빅리그에서 5년을 버틸 수는 없다. 공에 대한 감각이 남 다른 정우영이다.

축구에서는 '뚫어주는' 선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흘러나오는 공이나 동료들의 크로스를 마무리해줄 선수도 필요하다. 보통은 9번 최전방 공격수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한 선수는 정우영이었다. 8골을 넣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드리블은 딱 2회에 불과했다. 쿠웨이트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을 때 수비수를 따돌리고 가속하면서 두 번 드리블한 게 전부다.



우리나라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득점왕을 배출한 건 총 세 차례가 있었다.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다. 그리고 정우영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역사에 길이남는 선수가 된 것이다.

여기에 뜻깊은 포상이 뒤따랐다. 금메달에 따르는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정우영은 향후 유럽 무대에서 오래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물론, 슈투트가르트 또한 함박웃음을 지었음은 물론이다.


이제 정우영은 클린스만호에 합류한다. 그리고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또 다시 달린다.
클린스만호에서 안정적으로 활약할 기반을 정우영은 확실하게 마련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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