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시공사 요건강화 ‘불똥’… 건설사 "사업 지연 우려"

      2023.10.11 17:57   수정 : 2023.10.11 17:57기사원문
'공사비 깜깜이 증액' '잦은 시공사 교체' 등 정비사업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추진중인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건설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잇따른 분쟁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택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11일 건설업계는 정비사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서울시가 추진중인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기준'의 일부 조항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개정안 일부 조항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제도 개선은 재개발·재건축 등 모든 정비사업 단지에 적용된다.
시는 오래전 조례 개정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공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공지원이란 행정 지원은 물론 관리·감독 등을 말한다. 서울 시내 모든 정비사업장이 해당되는 셈이다.

시의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기준' 가운데 업계가 우려하는 조항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공사비 검증 의무화'가 대표적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 의뢰를 요청하거나, 증액 비율이 계약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경우 등 공사비 검증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도정법에 상관없이 사업시행인가 이후 무조건 공사비 검증을 거치토록 할 계획이다.

A 건설사 한 임원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고, 공사비 상승폭이 미미한 경우에도 무조건 검증을 받게 되면서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검증 완료 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또 증가하면 도정법 상의 공사비 검증을 재차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 건설사 임원도 "착공시점에 실시설계도면이 나와야 공사비가 확정된다"며 "사업시행인가 이후 공사비 검증 의무화의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 의결요건 강화도 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도정법 등에 따르면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시공사 선정 기준을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에서 '전체 조합원 과반수 동의'로 바꿨다. 전체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해당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총회를 무한반복해야 한다. 서울시가 조례 및 기준으로 강화한 것은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C 건설사 관계자는 "2개 건설사만 참여해도 한 업체가 전체 조합원 과반수 이상 득표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경쟁입찰은 하지 말고 수의계약만 하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안설계의 범위 명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시는 '정비계획 범위'에서만 대안설계 제안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용적률 및 최고 높이 등 경미한 변경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비계획 범위에 대한 정확한 기준 및 정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또 시공사 홍보기간을 합동설명회 개최 이후 2주간만 허용할 계획이다. 홍보기간 부족으로 개별 홍보를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본부장은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제도 개선이 오히려 공사비 검증 분쟁만 더 키우고,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결국 이 같은 부작용은 원활한 공급부족을 막고,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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