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애랑 말하기 싫어"..담임‧교장‧교감, 학폭 공범이었나
2023.10.27 16:59
수정 : 2023.11.02 10: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8월29일 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생 11명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학생의 부모가 담임교사 등 해당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7일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집단폭행 피해자 A군(11)의 부모는 이날 담임교사와 교장, 교감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담임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신체학대), 폭행치상, 상습폭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교장과 교감은 개인보호법위반, 아동복지법위반(정서적학대), 직무유기, 협박 혐의 등을 받는다.
쉬는시간에 혼자만 문제풀이시키고.. 얼굴에 연필 찍히는 사고도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A군의 담임교사인 B씨는 집단폭행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3월16일 A군이 기침을 하자 반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A군에게 "복도에 나가서 기침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B씨는 2시59분께 A군의 부모에 문자메시지로 'A군이 친구들에게 기침하면서 침을 튀겨 아이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이런 행동이 오래된 것 같은데 집에서 지도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보냈다. 그런데 B씨는 반 학생들 앞에서 A군에게 해당 문자메시지를 읽게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3월22일 B씨는 쉬는 시간 A군에게 문제를 풀라고 했고, 이 과정에서 A군은 연필에 찔려 얼굴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B씨는 이 사실을 A군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날 저녁 A군의 상처를 발견한 A군의 부모가 B씨에게 연락하자 그제야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B씨는 "A군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안 보이게 가리고 있어서 손등으로 치면서 보여달라고 하다가 그랬다"며 "A군이 몸을 움직이면서 (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많이 놀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수차례 등 때려
이뿐만 아니라 B씨는 학기 초인 3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A군의 등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4월 말, B씨는 방과 후 청소를 끝낸 뒤 교실에 남아있던 A군에게 "너 ADHD라며?"라고 물었고, 이에 수치심을 느낀 A군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B씨는 "다 알고 있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틱 증상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8월29일 집단폭행이 발생했고, B씨는 A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A군이 학생들을 폭행했다. 특히 C양이 A군이 휘두른 보온병에 맞아 크게 다쳤다"며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군의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한 C양은 A군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혔다.
담임교사는 "드릴 말씀 없다" 말 아껴
이후 B씨는 한 가해학생 학부모에게 '증거 자료를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가해학생 부모가 학급 내에서 A군의 행동으로 불편을 겪었는지 등에 대한 경험을 적게 하는 설문지를 돌렸으나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임교사인 B씨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말씀드릴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교감인 D씨는 7월, A군의 집단폭행 가해자 학생 3명을 교감실로 불러 A군이 ADHD를 앓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후 8월에도 같은 반 학생 4명을 불러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군의 학급학생 모두가 A군이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따돌림은 심해졌다. 결국 A군의 증상은 악화됐으며, 8월29일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청 신문고에 올리자 화난 교장 "왜 허위사실 퍼트리냐"
집단폭행 사건 이후 A군의 부모는 교육청 신문고에 해당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렸고, 교장인 E씨는 A군의 친모를 학교로 불러 "왜 신문고에 허위사실을 퍼트리냐"고 화를 냈다. 이에 A군의 친모는 "모두 사실이다"라고 일축했다.
10월16일 교감인 D씨는 A군을 불러 함께 교장실로 향했고, 교장인 E씨는 A군에게 "보건실에서 휴지를 사용하고 휴지를 쌓아둔 적이 있으냐"고 물으며 사진을 내밀었다. 평소 비염이 심한 A군은 계절이 바뀌면 콧물이 많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군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고, E씨는 A군에게 "저런 애랑은 말하기 싫으니까 그냥 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뉴스는 교감인 D씨와 교장인 E씨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폭행을 당한 A군은 신경외과 2주, 정형외과 2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정신적 충격으로 아동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담임교사인 B씨 등 3명의 교사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