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두개골 수술 마취제 없이 하고 있다"..가자지구 병원의 비명
2023.11.03 14:23
수정 : 2023.11.03 15: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궤멸한다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무차별적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에서는 급증하는 환자들로 인해 급증하자 과부하가 걸리자 의료진들이 마취제 없이 수술을 집도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가자지구 내 규모가 가장 큰 의료 시설로 꼽히는 알시파 병원에서는 화상을 입거나 뼈가 골절된 부상자들이 진통제, 마취제와 소염제 없이 수술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신부는 마취제 없이 응급 제왕 절개를 받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구호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에서 활동 중인 여성 라자 무슬레씨(50)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병원들의 상황은 비참하다. 울게 만든다"며 "죽음의 냄새가 곳곳에 있다. 피의 냄새가 곳곳에 있다"고 말하며 병원에 피란한 많은 사람이 복도 바닥에서 잠을 자고 부상자들을 치료할 장비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이어가면서 가자지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가 이스라엘군 공습 등으로 운영을 멈췄다.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암 병원인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병원은 금주 초 이스라엘군 공습에 산소와 물 공급 장비가 손상된 뒤 연료 부족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달까지 하루 평균 160명의 임신부가 출산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구호단체인 케어 인터내셔널은 임신부들이 마취제 없이 응급 제왕 절개를 하고 있어 산모와 신생아 사망 위험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병원 내 신생아들이 있는 인큐베이터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타냐 하지하산 박사는 "마취제가 부족하기에 의사들은 (마취제 없이) 아이들을 치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감염을 치료할 항생제도 충분하지 않고, 드레싱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알-시파 응급실의 의료 책임자인 알라 시탈리 박사는 응급실에 서서 환자들에게 둘러싸여 "의료진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며 "병원은 현재 과부하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심하게 다쳐 병원에 실려 온 어린이들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의료품 부족에 마취제 없이 중상자들을 수술하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식초를 쓰고 있다.
이 병원의 의사 아부 사피야 씨는 "수술 중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며 "두개골 수술을 마취제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격으로 집을 잃은 50세 여성 라자 무슬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는 학살의 현장이 됐다"며 "영안실의 시신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이 집단으로 묻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과 팔레스타인 보건부 발표를 종합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사망자 수는 9000명, 부상자 수는 3만2000명이며 실향민은 1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가자지구 내 병원 35곳 중 16곳이 연료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했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시설은 수용 인원의 3배가 넘는 50만명 이상을 보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