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00점 넘어도 대출 안 돼요"...고신용자도 1금융권 대출 밀려나 '전전긍긍'

      2023.11.07 14:41   수정 : 2023.11.07 14: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9월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24.8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909.4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개월만에 15점 이상 높아졌다. 연초부터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 차주에게만 대출을 내준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도 대출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꾸준히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눈여겨보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이 같은 대출 문턱은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9개월간 15점 오른 평균 신용점수




7일 은행연합회 금리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지난 9월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7월 919.8점에서 8월 923.8점을 기록한 뒤 9월 924.8점으로 조사됐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903.8점으로 900점을 턱걸이했던 5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9월 924.4점으로 무려 20.6점이 올랐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대출 평균 신용점수도 935.4점에서 942.2점으로 6.8점 상승했다.


이는 은행의 대출 취급이 고신용자 위주로 편중돼 간다는 뜻이다. 통상 신용점수가 900점이 넘으면 고신용자, 950점이 넘으면 초고신용자로 분류된다. 마이너스대출의 경우 지난달 절반가량이 초고신용자에게 나간 셈이다.

특히 대출금리가 지난해 말에 비해 낮아진 상황에도 문턱은 오히려 그때보다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신용, 소득이 비교적 낮은 차주에게도 대출 길이 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지난 9월 변동형 4.3%, 고정형 4.51%로 지난해 12월(4.37%, 5.3%)보다 각각 0.07%p, 0.79%p 하락했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에 올 초부터 내리다가 그 기대감이 낮아지자 지난 4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갔다 올라가면서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며 "금리가 올라갈 것 같으니 신용도 좋은 사람이 대출을 더 많이 받아 가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평균 신용점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문턱 낮아지기 어려워"


문제는 앞으로도 대출 문턱 하락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당초 부동산 연착륙을 도모하려던 목표보다도 당장 가계부채를 잡는 데 힘쓰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선회했다는 평가다.

가계부채 문제를 주의하라는 금융당국 지적에 지난달 초부터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려잡았지만 가계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앞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대부분 견인했다면 지난달부터는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마저 증가세(+6015억원)로 돌아서며 가계대출이 총 3조6825억원 불어났다.

이에 지난달 2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가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다가 '약발'이 들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총량제 부활 등 더 센 규제안이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트레스 DSR이란 변동금리 대출의 DSR 산정 시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가산금리를 일정 수준 더 얹어 계산하는 제도다. 이처럼 대출 여건이 엄격해지면 비교적 신용이 낮은 차주부터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은 임의로 바꿀 수 없으니까 은행이 올릴 수 있는 문턱은 아무래도 금리뿐"이라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금리를 올렸는데 이번엔 취약계층이 힘들다고 하니 금리를 내려야 할지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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