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러시아?' 미국, 유럽 에너지 부족에도 러시아 천연가스 본격 제재
2023.11.13 14:29
수정 : 2023.11.13 14: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이달 초 러시아에서 3번째로 큰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제재하면서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본격적으로 막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등의 에너지 위기를 감안해 러시아의 LNG 수출을 직접 틀어막지 않았으나 마음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의 '북극(ARCTIC) LNG-2' 사업을 언급하고 유럽과 아시아의 구매자들이 미국의 제재 때문에 사실상 해당 사업에서 LNG를 살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일 발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를 공격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지원했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과 튀르키예 등의 약 130개 법인 및 개인을 재무부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때 북극 LNG-2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명단에 들어갔다.
북극 LNG-2 사업은 러시아 시베리아 기단 반도 내 우트렌네예 가스전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해당 가스전에는 5900억㎥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으며 러시아에서 진행한 가스전 개발 사업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현재 러시아 민간 가스 기업인 노바텍이 전체 프로젝트 지분의 60%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40%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와 중국천연가스공사(CNPC),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 일본 미쓰이 및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컨소시엄을 포함한 4곳이 10%씩 갖고 있다.
이들은 250억달러(약 33조원)를 투입해 연간 66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개별 생산시설 3곳 건설,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기 계약을 체결한 외국 투자자들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각각 연간 200만t의 LNG를 확보할 수 있다.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 영토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된다.
영국 법무법인 미시콘드레야의 샤이스타 악타르 파트너는 “미국과 어떠한 거래라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정 면허나 예외를 적용받지 않는다면 북극 LNG-2 사업에서 천연가스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9일 보도에서 제재로 인해 대금 지급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맺은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날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극 LNG-2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2일 발표에서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에게 내년 1월 31일까지 북극 LNG-2 관련 투자 및 거래를 끝내라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카우샬 라메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서방과 관련된 투자자들이 “일단 거래 종료 날짜와 관련해 적용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쓰이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LNG 유통과 관련한 제재에 따를 것이며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JOGMEC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에 나섰다고 알렸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FT는 미국이 그동안 러시아 LNG를 수입하는 유럽 동맹들의 에너지 사정을 감안해 러시아의 LNG 수출을 직접 막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법무법인 맥팔레인의 프란시스 본드 제재 전문가는 미국의 지난 2일 조치에 대해 “북극 LNG-2에 참여하는 미국 밖 기업들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려는 전략적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와 동맹, 파트너들은 에너지 시장에서 주요 수출국으로 간주되는 러시아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데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컨설팅업체 에너지에스팩츠는 내년 에너지 수급 전망에서 북극 LNG-2의 생산량을 제외했다며 제재로 인해 LNG 공급이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