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된 日항공기서 379명 전원 살린 '90초 룰’ 뭐길래
2024.01.04 15:17
수정 : 2024.01.04 16: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난 2일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하며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JAL 기체는 전소됐지만 탑승자 379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참사를 막은 ‘90초룰’이 주목받고 있다.
‘90초 룰’은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1967년 모든 항공기 제조업체에 요청한 ‘항공 안전 매뉴얼’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4일 “사고 발생부터 최후의 탈출까지 18분이 걸렸다”면서 여객기에 화재가 발생한 응급 상황에서도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탈출에 성공한 데 대해 외신들은 ‘기적’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고는 2일 오후 5시 47분께 발생했고, 탈출은 오후 6시 5분께 완료됐다.
사고 당시 JAL 여객기는 충돌 이후에도 활주로에서 약 1㎞를 더 전진했고, 승무원들은 비상구 8개 가운데 3개를 이용해 탈출을 유도했다. 개방된 비상구는 가장 앞쪽 2개와 가장 뒤쪽 1개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부 승객은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지만, 승무원들은 “연기를 많이 마시지 않도록 코와 입을 막고 침착하게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착륙 이후) 비상구가 열리기까지 5∼15분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며 “안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일부 승무원은 메가폰도 사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4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불이 붙은 여객기에서 안전하게 탈출해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90초 룰’ 훈련 성과라고 진단했다.
JAL 승무원이 매년 한 차례씩 하는 이 훈련은 90초 이내에 모든 승객을 탈출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훈련에 합격하지 못한 승무원은 직무가 정지된다.
다만 JAL기와 충돌한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화재로 탑승자 6명 중 5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3일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본격적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위원회와는 별도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JAL기는 고도를 하강해 하네다공항 활주로에 진입했고,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강진 피해 지역으로 향하기 위해 같은 활주로에 들어섰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