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별장’ 사도 1주택...3주택부터 다주택, 농촌 소멸 돌파구 되나
2024.01.06 14:00
수정 : 2024.01.06 14: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다주택자는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말한다. 이 같은 개념이 등장한 것은 지난 1988년 8월 10일에 발표된 ‘부동산종합대책’이다. 당시 2주택자를 다주택자로 규정하고,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2년에서 아파트 6개월·단독 1년으로 단축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이때부터 최근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완화 정책이 22회에 걸쳐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때는 다주택자를 부동산 투기 주범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단 2주택부터 다주택으로 보는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을 통해 서울 1주택자가 시골서 1주택을 취득해 2주택이 되도 1주택자로 간주하는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사실상 다주택 기준이 ‘3주택 이상’부터 되는 셈이다.
별장 취득해도 1주택...'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
정부는 지난 4일 경제정책운용방향에서 ‘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신규로 주택 한 채를 더 취득하더라도 2주택이 아닌 1주택으로 인정하는 것. 정부 관계자는 “가액, 구체적 요건 등은 추후 발표한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비 인구감소지역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1주택을 취득해도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것. 주택을 신규 취득해도 주택 수에서 제외해 재산세 및 종부세, 양도세 등에서 1주택자 특례를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인구감소지역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지정되고 있다. 2021년 첫 지정됐고, 5년 단위로 갱신된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은 89곳으로 전국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해당된다.
수도권에서도 경기 가평군과 연천군,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은 인구감소지역이다. 5대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등이 포함된다.
현재도 비수도권 지역(5대 광역시 제외)에서 3억원 이하 주택을 사면 종부세와 양도세를 부과할 때 1주택자로 간주되는 규정이 있다. 이번 대책은 이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서울 강남에서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시골에 별장 한 채를 사도 1주택자가 된다”며 “다주택 개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주택 기준, 2주택서 3주택으로 바꾸자
앞서 국토연구원도 지난해 9월 다주택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 기준을 2주택에서 3주택으로 높이고, 특별시나 광역시·특례시·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주택은 다주택 기준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국토연은 보고서에서 2주택자부터 다주택자로 보는 현행 기준이 세제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인기지역에 주택 수요를 집중시켜 지역 소멸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인구 및 자가점유율, 지역 쇠퇴 상황 등을 감안해 통상적 다주택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방은 요즘 거주인구는 물론 생활인구도 줄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빈집도 늘고 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전국 빈집은 13만2000여 가구에 이르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지난해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토 이용방식에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농산어촌 주택은 1가구 1주택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 보고서, 원희룡 전 장관 발언, 이번 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 등 다주택자 기준 완화가 이번 정부에서 즉흥적으로 내놓은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고가주택 12억원으로 상향...다주택 기준 운명은?
다주택자는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주택 소유자 1530만9000여명 가운데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27만5000여명으로 14.9%에 이른다. 대부분이 1주택자인 셈이다. 2주택자는 180만8000여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의 세부 내용이 공개될 경우 다주택자 기준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이 정해진 시점에서 상속이든 시골집이든 가진 집이 2채 이상이라고 무조건 투기로 봐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다주택 기준이 오래된 것이 만큼 현실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주택 기준도 현실을 반영해 바꾼 바 있다. 2008년에 만들어진 고가주택 9억원 기준이 2021년 12월에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다주택자 기준 완화가 투기조장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기준 완화가 이번 정부에서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낼지 주목되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