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조 반도체 클러스터, 관건은 이행력과 속도다

      2024.01.15 18:23   수정 : 2024.01.15 18:23기사원문
정부가 오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에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민관 합동으로 조성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클러스터란 연관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산업집적단지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해 16개의 팹(반도체 생산공장)을 새로 건설한다.



이렇게 해서 향후 20여년간 생산유발 효과 650조원, 직간접 일자리 364만명을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평택·화성·이천·안성·성남판교·수원 일대의 반도체기업을 묶은 개념이다.
용인 산단 1호 팹은 2026년 말 착공, 2030년 가동이 목표다.

이번 방안은 2043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지난해 3월 발표한 대책의 확장판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인프라·투자 환경 조성, 반도체 생태계 강화, 초격차기술, 인재 확보 등 4대 전략을 내세웠다.

재탕 정책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위기의식만큼은 전과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행계획을 꽤 구체화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공장 건설에 걸림돌이 됐던 인허가와 용수·전력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용인 클러스터에만 한국형 원전(APR1400) 7기의 생산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클러스터 내 발전소 건설, 영호남권 발전소와 잇는 송전망 확충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용수는 경기·강원의 댐에서 끌어오겠다고 한다. 투자가 지연되지 않도록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적용하고 내년 말 시한인 반도체 투자 감세도 연장키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대책은 크게 봐서 이번이 세 번째다. 관건은 속도와 내실이다. 24년이나 걸릴 일을 화려하게 포장한 겉치레는 필요 없다. 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 투자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얘기가 나온 지 5년이 지났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대만·미국의 합종연횡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 추격, 반도체 부활'을 외치며 수십조원의 보조금 지원과 감세에 나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를 유치하고자 사상 최대인 12조원의 보조금 지원과 50년 이상 묶어둔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구마모토현의 TSMC-소니 합작공장은 올해 말 양산 목표로 밤낮없이 건설 중이다.

대만도 '친미' 민진당 정부가 재집권하면서 반도체 동맹을 강화할 태세다. 미국은 "더는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인질이 되지 않겠다"며 칩4동맹, 반도체지원법 등을 앞세워 자국 내 반도체 라인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제재에 맞서 5년간 역대 최대인 1조위안(약 184조원)을 투입하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꺾지 않고 있다.

반도체 패권 전쟁의 승패는 투자 속도와 정책 이행력에 달려 있다. 누가 먼저 더 많은 인력을 키워내고 미래 기술을 개발하느냐의 경쟁인 것이다. 반도체는 저성장 터널 앞에 선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핵심 산업이다.

대기업 특혜 논란도 뛰어넘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올해부터 1차로 5년간 158조원을 투자한다. 계획대로 첫 삽을 뜨도록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뛰기 바란다.
반도체 담당부서를 과(科)에서 국(局) 단위로 키우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