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도 시원찮을 판에' 韓 전략산업 줄줄이 위기..'골든타임' 발목잡는 오너 리스크

      2024.01.21 13:32   수정 : 2024.01.21 13: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4대 첨단산업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가시적 성과를 내며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반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를 '인공지능(AI) 산업혁명'에 따른 기업 생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골든타임 선점을 위한 '오너 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협받는 국가첨단전략기술
21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기술들이 중국의 추격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과 퇴보의 기로에 서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1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78.5GWh, 27.7%) △SK온(30.7GWh, 10.8%) △삼성SDI(28.1GWh, 9.9%)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합계 점유율은 48.4%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78.4GWh)이 LG엔솔을 맹추격하고 있고, BYD 역시 5.3GWh로 1.9% 점유율을 차지하며 순위권에 진입했다.

바이오 분야 역시 한국은 위탁생산(CDMO)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바이오베터, 신약 등 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시장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 빼앗기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시장 역시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OLED 시장 출하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7%로 1등을 유지했지만 2위는 중국 업체인 BOE(21%)를 차지하며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국가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의 부진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이미 중국에 뒤지고 있고, 5년 뒤에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57.9%)와 2위인 삼성전자(12.4%)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업황 악화로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 2022년 4위에 올랐던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매출이 줄어들며 6위로 밀려났다.

올해가 기업 생존 '골든타임'
특히 재계에서는 올해를 'AI 혁명'으로 산업 지각변동이 심화되며 기업 생존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폐막한 CES 2024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올해는 AI 혁명을 통한 산업 재편 가속화로 '새로운 승자'가 등장하는 해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제도적 인센티브는 물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오너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해 CES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관 전시장을 찾는 등 거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해 눈길을 끌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도 기조연설을 통해 CES에 참석하며 보폭을 넓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하며 미래 먹거리와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확인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불참을 두고 오는 26일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해외 일정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후 106번의 공판 중 경제사절단 해외 순방 동행 차원의 불참을 제외한 95회를 직접 출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늘날 첨단 산업은 희토류 등 글로벌 공급망과 미중 갈등 등 안보 등과 직결돼 있어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공조가 필수"라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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