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매일 신혼집 찾아 '냉장고 반찬 간섭'…불평하자 남편 "정신병이냐"
2024.01.26 09:10
수정 : 2024.01.26 09:53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시어머니의 행동 중 며느리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냉장고 검열'이다.
우리 아들을 어떻게 잘 먹이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 같고, 살림 솜씨를 따지는 것 같아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로 이혼을 결심했다는 결혼 1년 차, 아직 신혼인 A씨의 사연이 26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등장했다.
A씨는 "전세 보증금 2억원 중 제가 1억 5000만원, 남편이 5000만원을 보태고 살고 있다"면서 "요리 솜씨가 좋은 시어머니는 남편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이용해 거의 매일 집으로 왔다"고 했다.
A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더니 아침에 만들어 둔 장조림이 바뀌어 있었고 시어머니가 전화로 '장조림을 다시 만들어뒀다'고 하더라"며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던 중 친정엄마가 보내 준 김장 김치마저 시어머니의 김치로 대체돼 있었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참지 못하고 시어머니께 '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다'며 언성을 높였고 이 사건으로 남편과 크게 다퉜다"고 했다.
남편은 A씨를 위로하기는커녕 '시어머니가 반찬을 갖다주시는 게 뭐가 잘못됐냐, 호의를 꼬인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니 정신병이나 피해망상이 있는 것 같다'고 화를 낸 모습에 A씨는 "더이상 남편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 집을 나왔다"며 이혼사유가 될지, 재산분할은 어떻게 될지, 시어머니의 살림 간섭이 이혼 사유가 될지 등등에 관해 물었다.
이경하 변호사는 "시어머니가 대놓고 A씨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폭행하지 않아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이혼 사유인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남편이 A씨에게 '정신병이 있는 것 같다'라는 폭언도 지속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일회적인 욕설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원은 부부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부 상담 등의 조정 조치를 먼저 권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혼인 기간이 1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거 기간이 혼인 기간보다 길어진다면 이혼 사유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다"며 이혼을 원하면 "별거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어머니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A씨 시어머니가 대놓고 폭언을 퍼붓거나, 폭행하거나, 남편 밥을 제때 차려줘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교묘하게 스트레스를 준 것이라 민법이 인정하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재산분할과 관련해선 "A씨가 신혼집 전세보증금 중 1억 5000만원을 부담했다는 점을 이체 내역이나 거래 내역으로 입증하면 법원이 이를 감안해 적정한 기여도를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A씨 몫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