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경험한 韓 영화와 日 영화(종합)

      2024.02.12 08:30   수정 : 2024.02.12 08:30기사원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NEW 제공


'괴물'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NEW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NEW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NEW 제공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신작의 개봉 시기를 훌쩍 넘긴 2월의 어느 날 내한했다. 지난해 11월29일 개봉한 '괴물'은 누적 50만 관객을 넘기며 순항 중이다. 블록버스터 아닌 독립예술영화로서 도드라지는 성적인데,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에는 국내 최고 흥행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개봉 당시 신작 드라마 촬영 탓에 내한하지 못했는데, '괴물'을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때 겨우 시간 내서 1박2일 올 수 있었던 게 전부였고 한국에서 개봉 시기에 오지 못해서 그때는 (주인공) 소년 두 분에게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 하고 보냈어요. 그리고 새해가 돼서 스케줄을 낼 수 있게 돼 오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개봉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아직 상영을 하고 있고 이렇게 불러주셔서 좋은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콰르텟'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을 쓴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시나리오를 썼고 '마지막 황제'로 제6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한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사용됐다.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으로서는 생소한 작업 방식을 택한 작품이었다. 그간 영화의 각본을 직접 써왔으나, 이번 작품은 사카모토 유지라는 존재감 큰 작가가 있었고 그와 협업해야 했다.

"각본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3년 반의 시간이 있었어요. 3년 반의 시간 사이에 각본가가 여러 번 (시나리오를) 고쳤고요. 다양한 버전의 엔딩이 존재했고 최종적으로 크랭크인 직전에 이렇게 가자고 정해진 엔딩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건 지금 엔딩과 달랐죠. 촬영을 한 뒤 편집할 때 마지막 15분을 여러 번 고치고 손질했어요. 그리고 (수정할 때마다) 매번 각본가에게 보여주고 상의했어요. 많은 고민의 결과가 지금의 엔딩이죠."

한국에 머물렀던 3일은 충실한 시간이었다. 관객들을 마주한 채 '괴물'에 대해 여러가지 대화를 나눴고, 틈틈이 짬을 내 전작들로 인연을 맺은 배우 송강호와 배두나를 만났다.

"한국은 관객 여러분의 연령층이 젊어요. 기자 여러분들도 굉장히 젊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웃기긴 하지만 젊은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한국의 영화 스태프들도 젊어서 (현장에)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국 관객 여러분은 저에게 선물을 참 많이 주세요. 다른 나라 관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려 선물한 관객 이야기를 하며 "이걸 어쩌지 싶었다"며 부끄러워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관객들로부터 더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를 비롯해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어느 가족'(2018)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저의 작품이 많이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제가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오래도록 작품을 만들어온 덕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동시에 30년 전을 생각할 때, 그 당시 이와이 슌지, 이누도 잇신 감독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분들이 (한국 관객들에게) 일본 영화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것이 이어져 온다 생각합니다. (한국의) 영상 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분들의 영향이 크고 그분들 덕에 여기 와 있다 생각합니다."

한국 관객들의 사랑 덕분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22년에는 영화 '브로커'로, 한국 영화에 처음 도전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까지. 한국의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기용한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는 일본의 영화 현장과 비슷한 듯 다른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됐다.

"한국은 영화 촬영 환경이 일본보다 잘 갖추어져 있어요. 일하는 장소로서의 영화 현장이 풍요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젊은 스태프들이 씩씩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었죠. 노동시간 관리 등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일본이 조금 뒤쳐저 있지 않은가 실감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일본에 가서 일본의 영화 환경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일본판 영진위 설립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를 했어요. 한국은 배울 점이 많아요. 물론 한일 양국이 서로간에 배울 점이 있기에 많이 교류했으면 좋겠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 속에서 '마이너리티'들을 주로 다룬다. 미혼모나 취약 계층의 아이들, 입양 가정 등 세상 속에서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삶의 조명해왔다. '괴물' 역시 그렇다. 다수에 의해 '괴물'이라고 취급받는 이들을 보여주며 '누가 진짜 괴물인가'를 질문하는 영화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일본은 더 심합니다. 모두가 똑같아야 해요. 일본은 '동조 압박'이라는 게 있어요. 보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강한 사회에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구조가 강하게 존재하고요. 그 속에서 고통받는 마이너리티가 많아요.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에요.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중시하고요. 그래서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서는 길이 좁다는 생각이 들어요. 돌파구를 여는 것이 쉽지 않죠. 제가 영화로 그 문을 열겠다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을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또 다른 한국 작품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직은 비밀"이라고 대답하며 좌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구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실현되길 원하는 기획이 많이 있어요. 전부 실현되지 않겠지만 그 중에는 또 다시 한국 배우들과 하고 싶은 계획이 있고요."

함께 하고 싶은 한국 배우들은 많다. 한국에 올 때마다 "함께 영화를 찍고 싶은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


"제가 여기서 구체적으로 이름을 얘기하면 여러 문제가 일어날 것 같아요.(웃음) 물론 지금까지도 함께 했던 송강호, 배두나님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만나서 인사하고 좋은 시간을 가졌어요. 같이 하지 않았지만 영화제 시사회에서 왔던 인사 나눈 분들도 굉장히 많이 있어요. 김다미, 한예리 배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매력적인 분들이 많은데 가능성이 있다면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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