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3일 러시아에 추가 "중대 제재"...나발니 의문사 책임 물어
2024.02.21 10:01
수정 : 2024.02.21 10: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문사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미 정부는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오는 23일(현지시간)에 “중대한 제재”를 발표한다고 알렸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 발표에서 “러시아 군수 산업의 다양한 부문에 적용되는 상당한 규모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불렸던 나발니가 이달 시베리아 감옥에서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제재가 나발니 사망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지난 2011년 반(反)부패 재단 창설을 시작으로 푸틴의 비리를 고발했으며 2020년에는 테러로 의심되는 중독 증상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귀국과 동시에 수감되었고 푸틴의 5선 투표를 약 1개월 앞둔 지난 16일 47세의 나이에 옥중에서 의문사했다.
20일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나발니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사인에 대한) 실질적인 과학적 결과에 관계없이 푸틴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세계에 어떤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푸틴과 그의 정부는 나발니의 사망에 분명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모친에게 “화학적 분석” 때문에 앞으로 2주 동안 나발니의 시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커비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발니에게 일어난 일과 2년에 걸친 사악하고 잔인한 전쟁 과정에서의 모든 행동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지우는 중대 제재 패키지를 23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대한 제재가 있을 것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다양한 방법을 러시아를 제재했다. 서방 국가들은 다수의 러시아 개인과 법인을 제재 명단에 올려 서방과 거래를 막았고 러시아 중앙은행 자금 동결, 러시아 상품 금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전산망에서 러시아 퇴출 등 여러 경제 제재를 가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스테판 세스타노비치 선임 연구원은 20일 브리핑에서 추가 제재에 대해 “선택지가 제한적이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러시아가 바다로 수출하는 석유가 일정 가격 이상으로 팔리지 않도록 막고 이에 불응하면 해운 보험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견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석유 소유권 세탁 및 중국·인도 거래 확대로 서방의 유가 상한 제재를 회피했다. 이달 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연방정부의 세입은 석유 수출에 힘입어 역대 최대인 3200억달러(약 428조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스타노비치는 미 정부가 러시아 석유 수출에 적용하는 상한가를 지금보다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찰스 쿠찬 CFR 선임 연구원은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변화를 만들려면 우크라에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며 이는 지금 완전히 멈춰있다”고 지적했다. 커비 역시 이날 하원에서 표류중인 우크라 지원 예산을 언급하고 야당에 예산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푸틴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계속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우크라를 지원하는 초당적 국가안보 추경 예산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