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20%' 스윙보터 무당층, 이번 총선 승패 가른다

      2024.02.26 18:09   수정 : 2024.02.26 18:09기사원문

4·10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지하는 정당을 정하지 않은 무당층,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들의 선택지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무당층은 전체 유권자의 20~30%로, 그동안 대통령 선거과 지방선거 등 모든 전국선거에서 여야의 승패를 가르는데 결정적 표심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무당층의 70% 정도가 변동성이 높은 2030 청년세대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특히 여야 모두 이들 표심을 사로 잡기 위해 보다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정책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선거 임박하자 줄어드는 무당층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무당층은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은 전체 유권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과거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무당층은 32%(지난해 8월 1주차)→27%(지난해 11월 1주차)→25%(1월 1주차)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결국 이들의 표심이 진보나, 보수 정당 지지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들은 특정 정당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열성적 유권자들이 각자 지지하는 정치인의 언행 등에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것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외부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평이다. 각 정당의 후보 공천심사 및 공약 발표, 선거 운동 양상을 지켜보면서 선거일 임박하는 과정에서 지지 후보 내지는 지지정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무당층에 대해 "두 거대 정당을 지지하기에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고, 제3지대 정당을 지지하자니 사표가 될 것 같아서 아직 결정을 못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이어 "실질적으로 이들의 마음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는 확 바뀔 수 있다. 이들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에 무당층이 상당수 분포해 있는 만큼 수도권 주요 격전지에서 이들이 어느 정당을 택하느냐가 전체 선거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여야 모두 무당파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수도권에 참신한 영입인재를 전면 배치하거나 혁신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개혁 공천과 다양한 실현가능성 높은 정책공약 제시 등을 토대로 중도층 끌어안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약 절반 정도의 공천작업을 소화한 여야는 수도권 중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한강 벨트' 등의 후보 공천에 속도를 내는 등 총선 승리를 위한 교두보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당층의 70%는 'MZ'세대

무당층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의 3분의 2가 2030 청년세대라는 점이다. 해당 조사에서 연령대별 무당층 비율은 20대(18~29세)가 45%, 30대가 31%를 차지한다. 40대(17%)·50대(16%)도 적지 않지만, 60대는 7%, 70대 이상은 6%를 기록하는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무당층 비율은 줄어들었다.

박 교수는 "4050세대는 진보정당에, 60대 이상에서는 보수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며 "반면 2030은 기성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평가했다.

결국 '스윙보터 청년'들은 각자가 처한 현재 여건과 상황에 따라 어느 정당이 자신들에게 더 우호적인 이슈를 꺼내느냐에 따라 최종 선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주식, 혼인과 출산 등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박 교수는 "30대는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결혼을 했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등 현실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야의 정책적 공방을 마지막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균형발전 이슈도 청년세대의 주요 관심거리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위한 '지역 살리기'와 '저출산 공약'이 얼마나 그들의 눈높이에 맞느냐에 따라, 이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감안한 듯 여야 모두 실현가능성 등 실용성에 초점을 둔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식 비용 투명성을 통한 결혼 비용 부담 줄이기' 등 청년들의 주거와 결혼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거점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통해 전국의 청년 끌어안기에 나섰다.

■"예측 불가" 변동성 노리는 제3지대

무당층은 선거일에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무관심' 역시 정치권이 극복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결국 남은 선거기간 동안 어떤 이슈로 부동층의 관심과 이목을 끌 것인지가 총선 승리여부를 가늠할 주요 잣대중 하나가 될 예정이다.

비록 빅텐트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각자도생에 나선 제3지대는 부동층 잡기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이준석·이낙연 등 제3지대 신당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에겐 거대 양당제의 폐해에 실망하고 걸핏하면 갈등과 대립, 반목을 반복하는 데 대한 무당파의 '정치혐오증'을 어떻게 제3지대 우호지지층으로 포섭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무당층은 호감보다는 비호감에 더 높이 반응한다"며 "지난 대선이나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덜 비호감인 정당에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제3지대 역시 무당층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수영 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잡음 없는 공천', 더불어민주당은 '친명 공천'으로 양측 지지층에 소구하는 공천을 하고 있다"며 "무당층은 제3지대에 기대를 걸었을 수 있으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분열이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 같다"고 짚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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