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전쟁 제2막과 비밀특허
2024.03.10 07:00
수정 : 2024.03.10 07:00기사원문
일본은 지난해 경제안보법을 통해 핵심기술의 특허출원 비공개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외국에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 일본에서 먼저 출원하도록 강제했다. 최근 중국이 국가기밀보호법을 개정했다. 과학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AI기술의 핵심 하드웨어를 취급하는 반도체업계 종사자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특허는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해 발명가(특허권자)에게 부여하는 헌법에 보장된 배타적 권리이자 사유(私有)재산이다. 이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민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형사법적인 범죄행위가 되고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침해금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특허는 제도를 운용하는 목적과 같이 산업기술의 발전과 국가산업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허침해 행위는 중요한 범죄다. 반도체, 배터리, 모바일(통신), 방산기술 등은 국가의 경제는 물론 안보적인 문제까지 엮여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의 사적 분쟁 차원을 넘어 국가적 분쟁의 대상이 된다.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중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바로 트럼프 전 행정부다. 올해 미국 대선의 유력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하니 다시 한번 새로운 방식의 지식재산, 기술안보 전쟁을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같은 주요 기술선진국들은 자국의 안보나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산업기술(국가 기밀이 포함된 기술이나 방산 등 국가 핵심기술 등) 못지않게 일반 산업기술 분야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제한 대상의 범주에 직접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가입된 193개 회원국 중 국가의 안보를 이유로 비밀특허제도를 운영하거나 해외 특허출원을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28개국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 발명은 국내에 먼저 특허출원을 하도록 하고 있는 미국은 특별히 승인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허출원 6개월 이내에는 해외 특허출원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국민 보안에 유해할 수 있는 내용은 특허청장의 허가 없이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특허출원을 신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마찬가지로 국가 기밀을 포함하는 특허출원을 비밀로 취급하게 하거나 자국 특허청에 우선 출원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또한 국가 기밀에 관련되는 발명을 외국에 출원하고자 하는 경우 국무원 특허행정부서(전리국)에 먼저 특허출원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수출관리법을 통해 기술자료와 데이터의 해외 반출도 제한하고 있다. 기술의 범위나 보호 분야에 대한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모두 국내에 먼저 특허출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운영 사례를 보면 통제의 목적 이외에도 국내의 산업기술 발전을 우선하고 기술을 통한 대외 안보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전략이 내재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비밀특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모든 기술분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국방상 필요한 발명에만 한정되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기술선진국들과는 달리 주요 산업기술에 대한 적용이 어렵다. 국내에서 개발된 특허기술을 해외에 먼저 출원하는 것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기술을 공개하는 행위라 산업보안 분야에서도 출원 행위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안보·기술안보가 국가 성장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이에 대한 규정과 대안이 필요하다.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방상 필요한 발명을 ‘국가의 이익과 관련되는 발명(또는 기술)’으로 확대하고 이를 비밀취급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별도의 출원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절차를 둘 수도 있다. 미국과 같이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개발 건에 대해서는 국내출원을 우선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나라의 안보와 관련되거나 국가핵심기술에 준하는 기술이 부지불식간에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고 산업발전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융합보안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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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