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아들 침대 바꿔주자 "맘에 안든다"…아버지·누나 잔혹 살해
뉴스1
2024.03.21 05:01
수정 : 2024.03.21 09:05기사원문



변호인도 "용서받기 힘든 범행을 저질렀지만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증세를 보이는 환자임을 감안해 달라"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대법원까지 "범행이 너무 잔혹하다"며 읍소를 물리쳤다.
◇ 침대 마음에 안 든다며 아들 방에 침대 놓던 아버지와 누나 살해
2019년 3월 2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존속살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진 24살 A 씨에 대해 1심과 같이 무기징역형과 함께 2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
A 씨 측이 심신 미약 주장을 펼치며 감형을 요청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아무리 감정이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버지와 누나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상적으로 병역의무를 마쳤고 정신감정 등 여러 가지 심리를 했지만 심신미약이나 상실 정도는 아니다"며 형을 줄여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A 씨는 2018년 3월 9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북구 자기 집에서 아버지(54)와 누나(25)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 "왜 내 허락 없이 침대 구입하고 설치하냐, 시끄럽다" 난동…살해 후 경찰에 자수
아버지는 사춘기 무렵부터 자신을 멀리하던 아들이 군대를 다녀온 뒤부터 외출도 하지 않고 자기 방에 틀어 막혀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에 침대를 바꿔주는 등 환경 변화를 주면 좀 나을까 싶어, 새로 침대를 구입해 아들 방으로 들어가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A 씨는 '왜 내 허락 없이 침대를 샀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방에 들어오느냐'고 고함치고 욕설하면서 아령으로 침대를 부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누나가 '왜 이러느냐'고 야단치자 아들은 아령으로 누나 머리를 내리쳤고 분노의 화살을 말리는 아버지에게로 돌려 수십차례나 아령을 휘둘렀다.
그런 후 A 씨는 "내가 일을 저질렀다"며 112에 자수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중태에 빠진 누나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A 씨는 경찰에서 "아버지와 누나가 너무 시끄럽게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 아들, 중2 때 심한 매질한 아버지와 틀어져…전역 후 히키코모리
범행 당시 아들은 맨정신이었으며 정신 병력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아버지와 원만하지 못한 관계를 형성하는 바람에 반사회적 성격, 분노조절 장애 현상을 보였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2018년 7월 17일 결심공판에서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해 아들의 선처를 호소했다.
어머니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A 씨는 최후진술조차 거부하고 퇴정했다.
A 씨가 없는 가운데 증인석에 앉은 어머니는 △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로부터 많이 맞은 뒤부터 부자 관계가 틀어졌다 △ 전역한 뒤 외부와 접촉을 끊고 방에만 틀어 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증세를 보였다 △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려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받았다 △ 사건 당일 "절대 아들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이 이 말을 무시하고 방에 들어갔다 △ 이에 아들이 너무 화가 나 그랬던 것 같다며 우발적 범행, 심신미약을 강조했다.
◇ 우울감 높지만 정신질환까진 아냐…은둔 뒤에도 방에서 인강 수강, 운동까지 해
변호인도 A 씨가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분리불안, 우울증 등 기분장애로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예가 많다)를 앓고 있다고 심신미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검찰은 △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이 A 씨가 우울감, 무능력감 등은 높지만 정신질환으로서의 우울증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정한 점 △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을 받을 당시에도 A 씨가 정신질환이나 우울증 등 진단을 받지 않은 점 △ A 씨가 정상적인 병역의무를 이행했고 제대 후 친구들과 문제없이 교류해 온 점 △ A 씨가 9개월여 은둔생활 동안에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운동을 하는 등 학업 지속 및 생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한 점 등을 들어 의사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검찰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2019년 6월 11일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형을 확정받고 현재 5년째 수감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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