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EV, 보조금 조사 압박 속에 대EU 수출 감소
2024.03.21 12:09
수정 : 2024.03.21 12: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유럽연합(EU)의 중국 전기차(EV)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산 EV의 EU 수출이 줄었다. EU 집행위원회의 EV 등 중국산 주요 산업제품에 대한 보조금 등 불공정 관행 조사가 속도를 내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등에 따르면, EU에 대한 중국산 EV 수출은 지난 1·2월 두 달 동안 19억 8000만 달러로 32% 줄었다.
조사는 최근 마무리 단계여서 관세 부과에 대한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일 "중국산 EV 등과 관련, 중국 당국의 보조금에 대한 증거를 입수했다"라고 발표, 추가 관세 부과 조치에 속도가 붙었음을 보여줬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EU가 오는 여름 쯤에 중국산 EV 등에 대해 최소한 20% 이상의 미국 수준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중인 미국은 중국 EV에 27.5%에 달하는 관세를 적용해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거기에 더해 멕시코 공장 등 제3국을 경유해 관세를 피해 미국 시장으로 들어오려는 EV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8일 오하이오 유세에서 멕시코 등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산 EV에 대해 관세 100% 부과를 공언하기도 했다.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 EU상공회의소 대표는 20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낮은 가격이 밀려들어 유럽에서 탈산업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해 고율 관세의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달부터 불가리아에 납품하기로 한 중국의 국영열차 제조업체 CRRC에 대한 보조금 관련 등 불공정 무역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산 EV에 대한 고관세 부과가 임박하자, 유럽내 자동차업체들은 중국의 보복으로 자사에 불이익이 커질 것으로 우려해 벌써부터 고관세 부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루카 데메오 프랑스 르노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중국과의 관계는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중국에 문을 완전히 닫겠다는 것은 최악의 대응"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중국 시장에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EU 집행위원회의 향후 결정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VW) CEO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위험한 것은 한쪽이 보호주의를 끌어들이면 다른 한쪽도 보호주의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관세 보복을 우려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도 12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후유증 등을 지적하면서 "관세를 올리지 말라"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의 고관세 부과는 유럽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과연 고관세 부과만으로 성능좋은 중국산 저가 EV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소비자 대상의 EV 구매 보조금을 철회했고, 중국의 지난해 전기차 성장률은 21%를 기록하며, 전년 74%에서 급락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120만대를 포함해 자동차 수출은 모두 491만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