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첨단 과학기술 흡수 기대...R&D 선정률 11% '바늘구멍' 과제

      2024.03.25 19:00   수정 : 2024.03.25 1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의 대표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 지위를 얻게 됨으로써 EU의 우수한 연구진과 국제협력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호라이즌 유럽의 R&D 과제를 총괄주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유럽의 첨단 선진기술을 흡수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4조 투입 핵심분야 참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은 25일(한국시간)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 협상안에 사인했다.

호라이즌 유럽에서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오는 2027년까지 7년간 511억 유로(약 74조원)를 투입하는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과 산업경쟁력 제고'로 핵심정책 분야들을 지원한다. 주로 산업화에 초점을 맞춘 R&D로, 총 예산의 53.5%에 달한다.


올초 호라이즌 유럽의 R&D 컨소시엄에 선정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곽지혜 태양광연구단장은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유럽 최고의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연구 노하우는 물론 다양한 과학기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과학기술 연구협력 네트워크가 확대된다. 호라이즌 유럽은 세계 최대의 다자 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EU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제는 총 173개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참여기관도 225개 달한다. 지금까지 개별 연구자나 연구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우리나라가 국가차원에서 과학기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다자 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국내 과학기술 자원 뿐만아나라 유럽의 연구자원을 활용해 우리나라가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즉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한 우주기술과 바이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진 과학기술을 흡수하는 동시에 대등한 관계로 연구할 수 있다. 곽 단장은 "호라이즌 유럽 R&D 컨소시엄에 선정된 연구자들은 거의 모든 자료를 공유한다"며 "우리 기술과 그들의 기술을 비교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혁신역량 종합지수는 2018년 7위에서 2022년 5위로 상승했지만, 국제협력지수는 26위에서 34위로 하락했다. 이번 준회원국 가입을 통해 가장 취약했던 국제협력 분야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연구자들이 R&D 기획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준회원국 가입전에는 EU에 제출하는 기획서를 작성해 선정되면 다시 연구비를 받기 위해 국내 연구재단이나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기획서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호라이즌 유럽 과제를 위한 기획서 하나로 끝나게 된다.

■지적재산권 관리 과제

하지만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과제를 따내기 위해서는 '바늘구멍' 선정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기획서를 준비하면서 지적재산권(IP) 문제나 세부 연구관리 시스템이나 과제 진행방식이 국내 R&D 과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호라이즌 유럽을 경험한 연구자에 따르면, R&D 과제 선정률이 11%에 불과하다. 유럽의 저명한 연구자와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고의 팀을 구성해도 선정되기가 힘들다. 곽 단장은 "에너지기술연구원이 호라이즌 유럽 연구과제에 선정되기까지 3수를 했다"면서 "누가 어떻게 기획을 하고 누구와 손잡고 함께 할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R&D를 통해 얻은 결과물의 소유권 관리도 중요하다. R&D 결과물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관여하지 않지만 국제 공동 연구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이를 참고해야 한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논문이나 특허 성과물이 나오면 연구자들끼리 개별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R&D 신청서나 기획서를 만들때 미리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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