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강국 대도약 위한 정부-기업 원팀을

      2024.04.05 14:13   수정 : 2024.04.05 14: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반도체가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가 5일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31.2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원)보다도 많다. 매출은 7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70조4646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지난해 상반기 메모리 시장의 수급불안과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던 반도체가 업황 회복에 힘입어 약진하는 모양새다.

반도체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68억6000만달러(9조2747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 규모도 1월(30억5천만달러)보다 훨씬 크다. 이처럼 경상수지가 몰라보게 나아진 원인으로 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2월 수출 품목가운데 반도체가 무려 63%나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반도체가 이처럼 탄력을 받은 것은 좋은 소식이긴 하나 여기에서 안주할 때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은 양호하다. 그러나 반도체 품목에서 고르게 굳건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잰걸음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역량을 고도화하는 일이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으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출하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HBM 시장도 내후년까지 급속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인 HBM3E를 올해 상반기에 양산한다. 올해 HBM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최대 2.9배로 늘릴 계획이다. 기술면에서 초격차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파운드리 역시 수주 증가와 수율 개선으로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 파운드리 강국인 대만에서 대규모 지진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대만 강진은 대만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파운드리 생산 공급망이 다변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대만에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의 69%가 집중돼 있다고 한다.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대만 지진에 따른 공급 불안정 리스크가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 구매자 중심의 가격협상 구도가 제조사 주도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은 그야말로 국가들마다 국운을 걸고 반도체 대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1분기 호실적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대도약의 전기를 준비해야 할 때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 동향이나 공급망 다변화를 요구하는 환경 조성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약진할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대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기업과 원팀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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