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폭행에 여대생 숨졌는데.. 가해자, 몇 시간 만에 풀려났다
파이낸셜뉴스
2024.04.17 06:59
수정 : 2024.04.17 09:36기사원문
경찰 긴급체포 불승인 "사망과 연관성 없어"

[파이낸셜뉴스] 간호사를 꿈꾸던 대학생이 자취방에 침입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폭행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며 가해자를 풀어줬다.
16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일 피해자 A씨의 자취방에서 발생했다.
술에 취한 그에게 심하게 맞은 A씨는 거제 한 병원에서 뇌출혈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자신을 피한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
입원 치료를 받던 지난 10일 새벽, A씨의 상태가 악화됐다.
부산과 창원 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기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못 받겠다고 했고 4시간이 흐르는 사이 A씨는 숨지고 말았다.
이후 가해자 김씨는 긴급체포됐다. 그런데 몇 시간 뒤 풀려났다.
1차 부검 결과 폭행과 사망 사이 직접 연관성이 없고 사안이 긴급하지 않다며 검찰에서 체포를 불승인한 것.
A씨 엄마는 "입관식 때 봤는데 그 눈 그대로다. 한쪽 눈이 다 안 감겼다. 내가 이쪽 눈을 감겨주려고 아무리 해도 안 감긴다"며 비통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7만790건으로, 하루 평균 193건 수준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만 추려도 1만2828명에 달해 매일 35명씩 체포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대부분이 폭행·상해(70.7%), 체포·감금·협박(9.0%) 등 10건 중 8건이 강력 범죄다. 피의자가 수사를 받던 중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경찰이 강제로 접근금지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연락금지나 접근금지 조치를 하려면 부부(사실혼)거나 스토킹 피해자여야 하기 때문.
교제 관계도 가정의 일환으로 보고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면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 제도를 적용하도록 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교제 관계의 범위가 법적으로 불분명하다는 게 이유다.
특정 범죄에만 집중한 땜질 입법을 넘어 근본적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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