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넘겨준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 해도’, 국가 비밀이었다
2024.04.22 06:00
수정 : 2024.04.22 12:59기사원문
국립해양조사원은 북한에 넘겨준 해당 해도(海圖)는 비공개 문건인 비밀로 등재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2019년 1월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군사실무접촉을 통해 북측에 해당 해도를 전달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은 한강하구 남북 공동이용수역에 대해 다른 정보형태를 다룬 해도 3건은 각각 2020년 6월 10일과 9월 30일 자로 3급 비밀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관련 문의에 대해 "북한에 전달한 한강하구 해도는 당시 해양수산부에서 '평문'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북한에 전달한 이후에 비밀로 등재된 것은 당시 비밀 여부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관련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하기도 전에 왜 북한에 넘겨주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정부관계자는 북한에 넘겨준 해당 해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문제가 수면 위로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물밑에서 심각한 사안이라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일부 비밀이라도 공유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닌 비밀을 공유해서는 안 되는 적성국이라는 점에서 누구와 무엇을 위한 조치였는지 이제라도 진단과 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이미 북한에 전달했다고 알려진 종이 형태의 해도만 북한에 전달했는지, 수심과 암초 조류 속도 등에 관한 좀 더 상세한 정보가 담긴 다른 형태의 정보가 북한에 넘어갔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정보 입수로 북한 군은 수심이 낮지 않은 곳을 이용해 침투로의 설계·개척이 가능하다"며 "비밀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일반 정보나 대외비라도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정보는 적국에 넘겨선 안 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안보적 측면에서 한강하구는 유사시 유력한 적군 침투가 가능한 루트로 김포와 인천, 일산, 파주뿐 아니라 서울과 나아가 국가 방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강하구는 1953년 7월 휴전 직후부터 민간 선박의 항행을 제한한 지역이다. 북한은 1980년대 초·중반 강화도 일대와 한강 하구를 통해 무장 공비를 침투시키려다 우리 군에 여러 차례 적발됐다. 1980년 3월 23일엔 북한 3인조 무장간첩이 한강하구에서 휴전선을 넘어 아군 지역에 침투하려다 경계 근무 중인 아군 초병에 의해 발견돼 모두 사살된 바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