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에게 로맨스스캠 당했다"..가짜 영상통화에 7000만원 뜯긴 여성
2024.04.23 05:30
수정 : 2024.04.23 05: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인 여성이 일론 머스크를 사칭한 남성에게 속아 2개월 만에 7000만원을 투자하는 등 이른바 '로맨스스캠' 피해를 당했다.
22일 KBS '추적 60분'에 따르면 평소 머스크의 팬이었던 A씨는 지난해 7월 동경하던 그와 SNS 친구를 맺게 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17일에 일론 머스크가 SNS에서 저를 팔로우하고 친구 추가해서 제가 승낙을 했다.
처음엔 의심을 갖고 대화를 시작한 A씨는 점점 '진짜 일론 머스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해당 계정은 A씨에게 소셜미디어(SNS) 메신저를 보내 “제 계정에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준 걸 보고 메시지를 보낸다. 감사하다. 세상을 위해 멋진 일을 하겠다”며 “어디에 사느냐”고 물어왔다. 또한 이 계정은 A씨에게 출근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신분증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자기가 어제 말레이시아 갔다 왔다고 하길래 신문 기사 보니까 말레이시아 간 게 있더라"라며 "본인은 무작위로 팬들한테 연락한다더라. 자기 자식 얘기도 하고 헬기를 타고 테슬라나 스페이스X 출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진짜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4월 윤석열 대통령 만났을 때 어땠냐고 물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도와 서울에 기가 팩토리 얘기했다'고 하더라. 또 나한테 한국에 스페이스X 박물관 세운다고 했다. 그럴듯해서 믿게 됐다"고 고백했다.
A씨가 '일론 머스크' 사칭 남성을 믿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상 통화였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머스크를 닮은 사칭 남성은 "안녕! 난 당신을 사랑해, 알지?"라고 말한다. 이에 A씨는 "아 그럼요, 저도 사랑해요. 친구로서. 정말 친절하군요"라고 답했다.
이후 사칭 남성은 머스크 사진이 담긴 ‘화성 시민증’과 여권 사진 등을 보내 안심시키더니 "팬들이 나로 인해서 부자가 되는 게 행복하다"면서 투자를 대신 해서 돈을 불려주겠다고 제안하며 국내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당시 A씨는 '한국인 직원의 계좌'라는 말에 홀린 듯이 결국 코인과 현금 등 총 7000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계속 의심했다. 일상 대화 나눌 때 '거의 그 사람인 것 같아' 하다가도 돈을 보내라고 할 때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진짜 일론 머스크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계속 당한 것 같다. 정말 진짜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제작진은 머스크 사칭 계정과 통화를 시도했다. 해당 계정은 전화를 받았으나 “미국은 너무 이른 아침”이라며 문자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후 나눈 문자에서 해당 계정은 또다시 투자를 유도하며 국내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또한 “일론머스크 맞다. 이 녹음 파일을 듣고 안심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음성 파일을 보냈다. 그러나 전문가 분석 결과 음성 파일 속 목소리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칭 계정이 알려준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도 가짜 피싱 사이트로 파악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