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兆' PF보증 있으나 마나… 좁아진 대출문에 승인 단 한 건

      2024.04.24 18:20   수정 : 2024.04.25 09:20기사원문
정부의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PF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련 보증상품을 출시한지 1년이 지났지만, 보증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PF 옥석가리기 행보에 대출을 내줘야 할 금융권이 더 움츠러들고 있어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적보증 규모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선 전혀 체감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월 미분양 PF대출보증이 출시된지 16개월가까이 됐지만 승인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 PF 보증은 HUG가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상품이다.
분양가 5% 할인 등 일부 요건은 완화됐지만 '담보권리 후순위 확약조건'이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HUG 미분양 보증을 받으면 대주단(금융기관) 채권 순위가 기존 1순위에서 2순위 등 후순위로 밀려난다.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확약'을 받아야 하는 데 대주단들이 동의를 해 주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보증은 사실상 흐지부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HUG가 지난해 연초부터 운용하고 있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보증도 다르지 않다. 단기 위주인 PF ABCP를 장기로 전환하거나 보증부 대출로 전환을 돕는 상품이다. HUG와 업계에 따르면 PF ABCP 차환보증 실적은 올해 3월말까지 1조1500억원에 그쳤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1조1500억원 중 7000억~8000억원이 둔촌주공 ABCP 차환보증"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실제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고 전했다. 이 역시 보증조건을 충족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PF 사업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조성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1조원 규모 펀드도 마찬가지다. 'PF 정상화 지원펀드'는 지난해 10월부터 가동됐지만, 현재까지 단 한 곳의 사업장만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가 크기 때문이다.

캠코 관계자는 "대주단에서 가격을 낮출 생각이 없다 보니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행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PF 대출시장은 사실상 셧다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PF 정상화를 위해 최근 공적 보증 규모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렸지만 어렵게 보증을 받아도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더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의 PF 정리 방안이 발표되는 데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해줄 수 있겠냐"며 "공적 보증 확대 지침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집계기준으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는 204조원으로 추산된다.
김정주 건산연 실장은 "부실 처리 본격화시 지방 참여 비중이 높은 건설사와 제 2금융권 등은 일정 부분 충격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jb@fnnews.com 이종배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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