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의 스벅 '도이창 커피 농장' 투어
2024.05.04 16:00
수정 : 2024.05.06 10: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태국에는 '도이창 커피'가 있다. 태국 북부 고산 지역에서는 과거부터 아편을 재배했다. 하지만 태국 국왕이 국가 사업으로 아편 농장을 문 닫게 하고 커피 농가를 육성하면서 태국 북부는 커피 산지로 유명해졌다.
치앙라이에서 맞는 이틀차 아침, 동행이 추천해준 현지 국수가게를 찾았다. 구글맵에서 '블루스 크랙(Blues crack)'이란 카페를 검색하면 길 건너 편에 위치한 소박한 가게다. 태국식 비빔국수와 국물국수, 새우살 튀김을 주문해서 먹었다. 비빔국수는 한국의 비빔밥처럼 다양한 채소와 고기, 재료들이 화사한 색감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맛자체는 평범했지만 다양한 현지 요리를 먹는데 의의를 뒀다. 반면 새우살 튀김은 식빵 대신 라이스페이퍼를 사용한 '멘보샤'의 하위 호완 느낌으로 가성비는 물론 맛도 좋았다. 다만 에어컨이 없는 야외 테이블이라 살짝 더운 것은 아쉬웠다.
식사를 하고 '로스터리 바이 로즈(Roj)'라는 카페를 찾았다. 인테리어도 좋고 커피 맛도 좋았다. 지역에서 커피 관련 수업과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카페로 보였다. 오렌지 주스가 들어간 커피와, 커피 젤리가 들어간 라떼를 주문했다. 매장에 있는 TV에서는 커피 관련 영상이 나왔는데 태국에서도 최근에는 친환경, 지속가능 커피 등이 주류인것 같았다.
하늘과 가까운 도이창 커피 농장 & 야요 팜
전날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추이 퐁 차농장'이었다면 이날은 '도이창 커피 농장'이었다. 차를 몰고 도이창 커피 농장으로 향했다. 한 시간이 넘는 운전이 피곤할 수도 있지만 도이창 커피 농장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치앙라이의 녹색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도이창 커피 농장으로 가는 언덕 길, '아카 팜빌(Akha Farmville)'에서 차를 세웠다. 작은 카페와 농장을 겸하는 곳으로 고지대에 위치해 치앙라이의 자연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입장료를 내면 농장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도 있었다. 평소에는 캠핑장으로도 사용되는 듯보였다.
농장을 둘러보기엔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시 차를 몰고 '야요 팜'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에 도이창 커피 농장을 찍고 차를 몰면 그 근방에 수많은 커피 농장과 카페가 구글맵에 검색된다. 우리는 구글맵에서 적당히 좋아보이는 곳 중에 한 곳을 찍었고, 그곳이 야요 팜이었다.
야요팜 카페에 도착하니 구글맵에서 봤던 투명한 구체의 그네와 그 뒷편으로 치앙라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카페 바깥으로는 돗자리 위에서 태양빛을 받으며 말라가고 있는 커피 원두가 보였다. 아침에 커피를 마셨지만, 이날은 커피 농장 여행이 테마였기 때문에 시그니처로 보이는 커피와 프라푸치노, 케이크를 하나씩 주문했다.
여행을 오기 전에는 전날 봤던 차농장처럼 거대한 커피 농장에서 커피 나무에 원두가 열려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야요 팜은 그냥 카페에 가까웠다.
야요 팜을 둘러본 뒤에 '도이창 커피 농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커피 나무를 기르는 자연속 농장이 아닌 일종의 물류 창고 같은 곳이었다. 아마도 그 근방에 실제 커피 농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일행은 도이창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카페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 건물 뒤편으로는 커피 공부를 진행하는 오래된 강의실 같은 목조 건축물도 있었다. 오랜 시간 사용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카페인을 풀 충전한 뒤에는 다음 여행지인 백색사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길 양편으로 난 이름모를 노란색 꽃나무를 구경했다. 1년 내내 더운 태국이라 1년 내내 꽃이 피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행한 현지인 친구는 "태국에도 건기 우기 외에 계절이 있고 꽃이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고 설명해줬다.
명불허전 백색사원
치앙라이를 오면 반드시 가는 곳이 백색사원, 청색사원이다. 사원을 흰색으로 만든 이유는 불교에서 흰색이 부처님의 지혜를 의미하는 색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원의 구조는 불교에서의 3계, 즉 지옥계, 현생계, 극락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원에 들어서면 흰색의 다리가 있고 그 다리의 아래에는 수백, 수천개의 사람 손이 뻗어져 있다. 지옥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려는 손짓으로 '다리를 건널 때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청색사원과 달리 백색사원의 경우 입장료를 내야 한다. 여자의 경우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으면 입장이 제한된다.
다리를 건너 대웅전의 내부로 들어가면 극락계를 표현한 공간이 나온다. 이 공간은 사진 촬영이 제한돼 있는데 벽화에는 쿵푸 팬더나 마블의 캐릭터인 아이언맨 등이 그려져 있다. 종교적인 장소에 현대의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어 조금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디즈니의 경우 무인도에 미키마우스를 그려도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건다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 공간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인 것도 저작권 문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색 사원을 둘러보고 외부에 있는 황금 사원도 둘러봤다. 황금 사원은 백색사원을 설계한 건축가에 대한 소개, 몇몇 불교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태국의 불교는 힌두교의 영향도 많이 받았는데 코끼리 모양을 한 신 '가네샤'에 대한 재미있는 설화도 알게됐다. 가네샤의 상아는 한쪽이 부러져 있는데 이를 두고 싸우다가 부러진 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부러트렸다는 설, 달에게 던졌다는 설 등이 있다고 한다.
백색사원을 둘러보고 나오니 사원 후문 쪽에서 '동굴의 예술' 유료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도 둘러봤다. 입장료를 내고 동굴에 들어가니 케리비안의 해적을 연상시키는 조각, 불교 조각 등이 동굴 안에 장식돼 있었다. 딱히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놓치면 아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둘러봤다.
맥주에서 보던 그것, 치앙라이 싱하파크
백색사원을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싱하파크'로 향했다. 싱하파크는 싱하 맥주로 유명한 싱하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싱하그룹은 치앙라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공원의 중심에는 거대한 황금색 싱하모형이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싱하동상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선다.
우리는 싱하파크에서 사진을 찍고 싱하파크 골프장, 리조트 등 안쪽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갔다. 싱하파크 내부에는 리조트와 고급 식당, 야외 식당 등도 운영하는 듯 보였다. 싱하농장을 둘러보는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에서 소형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아이, 푸드 트럭에서 음식과 맥주를 마시는 관광객이 보였다. 싱하파크 내부에는 태국 차농장도 있었다. 만약 추이퐁 차 농장을 갈 시간이 안된다면 싱하파크 내부의 차농장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이날 저녁은 '바르라브 레스토랑'(Barrab Resaturant)에서 먹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현지 식당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한 메뉴들은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직원의 추천으로 추가한 태국식 볶음밥은 다른 메뉴들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으로 계산할 때 바가지를 당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구글 후기들을 찾아보니 몇몇 후기에서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치앙라이 버스 터미널 인근에 있는 치앙라이 나이트 마켓을 둘러봤다.
이날은 치앙라이 2번째 숙소로 옮겨야했기 때문에 밤이 늦어서야 숙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마르요 리조트라는 곳으로 수영장 뷰가 보이는 좋은 방이었지만 방 안에 모기가 많아 호텔에서 모기 퇴치제를 빌려야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