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죄는 토종 OTT,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줄인다

      2024.05.05 18:26   수정 : 2024.05.05 18:26기사원문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올해부터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확보 보다 투자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내년 부터는 오리지널 시리즈 수가 본격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큰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의 '넷플릭스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계약을 통해 수급하는 간접적 방식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제작비 급증과 수시로 시청 OTT를 바꾸는 모바일 시청 행태가 이 같은 추세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토종 OTT는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액 줄이기에 나선다. 대신 공동 제작 또는 완성 콘텐츠를 계약해 수급하는 것과 같은 '라이선스 콘텐츠' 등으로 유통 경로를 다각화해 비용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여타 콘텐츠 대비 투자비용이 더 많이 드는 반면, 콘텐츠의 특성상 흥행성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돌풍 이후 OTT 업계는 각자의 플랫폼 브랜드 제고 및 가입자 유치를 위해 오리지널 IP 확보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제작비 상승 기조, 가입자 정체기, 'OTT 옮겨타기' 추세 등이 심화하면서 더 이상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점점 더 많은 구독자들이 특정 OTT에서 원하는 콘텐츠만 본 뒤 구독을 해지하는 경향, 즉 '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액이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꾸준히 구독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구성을 고민하면서 투자비가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라이선스 콘텐츠도 적절히 섞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OTT 업계 수장들도 올해 '투자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시적 화제성을 위한 출혈경쟁보다는 선별적 투자, 선택과 집중, 분산 투자를 통해 수익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올해 초 간담회에서 "수급 콘텐츠 중에서도 이용자들이 많이 보지 않는데 돈을 과하게 지불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슈가 있어서 콘텐츠 최적화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태현 콘텐츠웨이브(웨이브) 대표도 올해 주총에서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수급 및 투자 콘텐츠를 최적화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OTT 업계의 '투자 최적화'로의 전략 전환 기조에 내년부터는 오리지널 시리즈 수가 본격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나오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지난해 투자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올해 투자비를 줄인다고 해서 당장 오리지널 콘텐츠 수가 확 줄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년부터는 업계 전반적으로 장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OTT 업계 선두인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올인' 전략보다는 콘텐츠 수급 경로 다각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시청 기록 통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총 콘텐츠 시청시간 1000억 시간 가운데 55%가 오리지널 시리즈, 45%가 라이선스 콘텐츠에서 발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과거 투자자들이 드라마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OTT들의 오리지널 투자 선호 등으로 사실상 복수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판매하기 어려워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최근 투자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OTT들도 투자비가 낮은 라이선스 구매를 늘리고 있어 판매 다각화를 꾀하는 관점에서는 긍정적 변화가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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