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ESG펀드..무기·주류·도박·담배에 투자
2024.05.08 05:00
수정 : 2024.05.08 09: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주식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가 무늬만 ESG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제한·배제 전략) 종목에 해당하는 무기, 주류, 도박, 담배에 투자해서다. 분석한 펀드의 약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ESG펀드, 네거티브 스크리닝 종목 12개에 투자
7일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기준 ESG펀드 124개 중 국내주식형 57개를 분석한 결과 26개 펀드가 네거티브 스크리닝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가 규정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종목은 2023년 기준 12개다. 무기는 집속탄 기준 풍산홀딩스, 풍산, SNT홀딩스, LIG넥스원이다.
주류는 주류제조용 주정 또는 주류 부문에서 MH에탄올, 보해양조, 무학, 하이트진로다. 도박은 카지노 부문에서 GKL, 강원랜드다. 담배는 궐련 및 잎담배 부문에서 KT&G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종목 노출도 상위 1위 펀드는 KCGI ESG 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주식] 펀드로 분석됐다. 2023년 말 기준 KT&G를 3.99% 보유하고 있어서다. 서스틴베스트는 이 펀드가 2023년 말 기준 투자설명서상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투자전략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2024년 2월 정정 공시된 투자설명서에는 투자전략으로 추가된 바 있다.
이어 네거티브 스크리닝 종목 노출도가 높은 펀드로는 타임폴리오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미래에셋 TIGERMSCIKOREAESG 유니버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삼성 KODEX MSCI ESG 유니버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형], 트러스톤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등이 있다.
최보경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타임폴리오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펀드도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투자전략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2023년 말 기준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LIG넥스원을 6.85% 보유하고 있다"며 "이 펀드는 KRX 기후변화 솔루션 지수를 비교지술로 하는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다. LIG넥스원은 비교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투자종목"이라고 분석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규범 기반 스크리닝은 투자전략의 하나다. ESG펀드에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은 아니다. 2023년 하반기 기준 규범 기반의 스크리닝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국내주식형 ESG펀드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 중 다수는 해외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주식형펀드의 ESG 성과가 평준롸되고 ESG펀드의 차별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ESG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규범 기반의 스크리닝의 ESG펀드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G펀드, 탄소집약도도 높아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탄소집약도가 가장 높은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2차전지 & 친환경차 액티브 ETF'다. WACI가 0.5332 tCO2eq/100만원이다. KODEX 200 ETF의 집약도의 2.83배다. 이 펀드는 14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POSCO홀딩스, 에코프로비엠,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에 각 10% 이상씩 투자하고 있다.
그는 "모두 소재 및 화학 기업으로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 전체 ESG펀드 중 최다 온실가스 배출 기업인 POSCO홀딩스의 비중이 10.22%로 가장 높았다"며 "금융배출량 집약도 상위 5개 펀드 중 3개가 모두 친환경 테마 펀드다. NH-Amundi HANARO Fn 친환경에너지 ETF는 한화솔루션, 삼성SDI, 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씨에스윈드에 약 5%씩 투자하고 있다. 3위는 삼성 KODEX K-신재생에너지 액티브 ETF로 씨에스윈드, SK오션플랜트, HD현대일렉트릭, 한화솔루션, OCI홀딩스에 각각 약 7~9% 투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친환경에너지와 관련된 신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발생되고 있다. 사업 자체의 친환경성 외에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life cycle) 관점에서 원자재 조달·제조·유통·사용·폐기 전 과정에 거친 온실가스 리스크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포트폴리오 온실가스 배출량 및 집약도는 ESG펀드의 온실가스 리스크 노출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다. 많은 글로벌 연기금들이 포트폴리오 온실가스 배출량 집약도를 사용해 온실가스 리스크 관리 벤치마크를 설정하고 있다. 운용자금 확보에 있어서도 금융배출량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와 같은 탄소 규제가 시행되면 탄소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이므로, 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전환 위험을 낮추고 자산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