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지연… 초단기채 펀드 20조 육박

      2024.05.13 18:13   수정 : 2024.05.14 07:33기사원문
지난해부터 불거진 금리인하 기대감에 국내 초단기채 펀드가 몸집을 크게 불렸다. 1년 반 만에 설정액을 4배 가까이 늘려 2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당장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9개 초단기채 펀드 설정액(10일 기준)은 18조92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채권 펀드(18조9153억원)를 앞선 수치다.


지난해 말에는 초단기채 펀드 13조5903억원, 일반채권 펀드 16조923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차이가 났고, 2022년 말 기준으로는 초단기채 펀드 설정액(5조4143억원)이 일반채권 펀드(15조5061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년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듬해부터 인하 기대감이 나왔다. 이 때부터 매매를 통해 자본차익을 크게 취할 수 있는 장기채를 향한 선호가 커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만기를 줄이기 시작했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금리 변동에 둔감해 금리인하시 자본차익을 크게 챙겨갈 순 없지만 채권금리 상승기엔 안정적인 실질 수익을 취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시장 불확실성으로 투자방향을 정하기 어려울 때 여유자금을 굴리기 적합한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회사채 가운데 연초 이후 잔존만기 6개월 이하 초단기채 거래대금은 230조632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대금(1743조9124억원)의 13.2%에 해당하는 수치다.

개인 투자자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도 덩치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초단기채 상품으로 분류되는 18개 ETF의 합산 설정액은 13조7606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이후 나온 10개 상품이 82.8%(11조3962억원)를 차지한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지는 동시에 기대 횟수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유럽이나 남미 일부 국가가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연준에 동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고용지표에 이어 물가 수준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한다고 해도 신중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시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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