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내, 동창에게 뮤지컬 '다시 봄'을 선물하세요"
2024.05.14 16:31
수정 : 2024.05.14 21:57기사원문
마치 숙성된 와인처럼 일곱 여고 동창생들의 왁자지껄 수다가 해를 거듭하니 풍미가 더욱 진해졌다. 특히 ‘봄나들이’ ‘인생길 버스여행’ ‘주마등’과 같이 함께 부르는 넘버에서 이들의 호흡이 얼마나 농익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관객마저 나이가 든 탓인지 지난해만 해도 ‘워킹맘’ 진숙(왕은식, 문희경)이 열이 나서 미치겠다며 목청껏 불렀던 ‘갱년기’가 가슴에 꽂혔는데, 올해는 어린 시절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주마등’이 마음에 물결을 일으켰다.
중년 여성을 위한 봄나들이 맞춤형 뮤지컬 ‘다시 봄’이 지난 8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개막했다. 가사와 일, 육아에 지친 4050대 이상 여성이라면 울고 웃으며 볼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은 마치 장수 예능 ‘불후의 명곡’처럼 배우들을 달리하며 장수할 것이라는 예감마저 들게 했다.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덕희) 창작뮤지컬 ‘다시, 봄’은 누군가의 딸, 엄마, 아내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여성들이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며 힘차게 인생 2막을 내딛는 이야기. 2022년 초연 후, 2023년 6회 전석 매진 등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 작품은 작품 외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먼저 설 곳이 줄어드는 중년 여배우들에게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갱년기, 폐경, 은퇴 후 제2의 삶, 어린 시절부터 애써 외면해 온 꿈 등 삶에서 길어낸 그녀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생활 밀착형 대사 등을 통해 유쾌하게 전달되며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2030대 위주의 뮤지컬 관객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한 것도 주목된다. 지난 시 전체 예매자의 73%를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다시, 봄'은 무대 위, 그리고 객석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50대 여배우들을 비추고, 객석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다시, 봄'을 통해 뮤지컬 관객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기경력 평균 30년 여배우들이 깊은 내공으로 빚어낸 드라마
뮤지컬 ‘다시, 봄’은 2022년 초연 당시 실제 50대 배우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생애전환기 워크숍을 통해 극을 구성(디바이징 시어터 Devising Theatre, 공연 참여자들이 극 구성에 적극 개입하는 공동 창작 방식)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7명의 배우들이 무대에서 퇴장 없이 80여분의 드라마를 함께 끌어가는 형식으로 연기 호흡이 매우 중요한 공연이다. 친구들과 모처럼 떠나는 버스 여행길, 반가움과 설렘으로 왁자지껄 수다가 이어지던 중 버스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인생 2막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모든 등장인물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올해는 총 31회 공연을 더블 캐스트 팀으로 선보인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이 되는 ‘다시 팀’과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다. 왕은숙, 권명현, 오성림, 임승연, 박정아, 이신미, 유미를 비롯한 서울시뮤지컬단 고참 여배우들은 물론이고 지난 해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던 문희경을 비롯해 구혜령, 장이주, 김현진, 유보영이 올해도 한 팀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시즌 뉴 캐스트로 합류한 배우도 있다. ‘다시 팀’에 황석정이 함께하고, ‘봄 팀’에는 예지원이 함께한다. 이 밖에 미스터리한 백작 역할은 서울시뮤지컬단의 간판 배우 박성훈과 최근 ‘맥베스’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서울시뮤지컬단 한일경이 함께한다.
뮤지컬 ‘다시, 봄’의 초연 작품개발 단계부터 함께한 여성 창작진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유진과 유진’ ‘비밀의 화원’에서 함께한 김솔지 작가와 이기쁨 연출, 그리고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멤버로 활동하는 한편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우리집’의 연리목 작곡가가 다시 한 번 뭉친다. 뮤지컬 ‘작은아씨들’ ‘다윈영의 악의기원’의 김길려 음악감독 또한 이번 시즌 함께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