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살얼음 가고 봄오나

      2024.05.20 06:19   수정 : 2024.05.20 06: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살얼음(위태위태한 상황)이 가고 봄이 오는지가 주목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무산을 막고, 주인 다시 찾기에 성공하면서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2023~2024년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밸류에이션(가치) 조정 상황에서 '희망 행보'다.



■대출 만기 연장·주인 찾기 성공하는 오피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캡스톤자산운용은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 빌딩 인수를 위한 약 2610억원 규모 브릿지론(토지매입 등 사업초기 소요되는 단기 차입금) 연장에 성공했다. 4월 만기를 앞두고 연장에 실패하면 대주단에 의해 매각 절차가 진행될 뻔했다.


앞서 2022년 캡스톤자산운용은 NH아문디운용에서 3060억원에 유안타증권빌딩을 사들였다. 브릿지론, 약 400억원 규모 펀드 자금을 통해서다. 유안타증권이 유안타증권빌딩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성사됐다. 유안타증권은 여의도 앵커원빌딩으로 사옥을 옮겼다.

행정당국의 사업시행인가도 눈 앞인 것으로 알려졌다. 5500억원 규모 본PF 자금 조달을 두고 청신호가 켜진 배경이다. A증권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본PF 성사가 관전 포인트다.

이 빌딩은 명동 도시정비형 재개발 1지구로 지정돼 지난 3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지하 8층~지상 24층 규모(연면적 4만5522㎡)의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안타증권빌딩은 지하 5층~지상 16층 규모다. 1987년 9월 준공 후 2011년에 리모델링을 했다. 건물 연면적은 2만8024㎡다. 용적률은 638.5%다. 1987년 9월 준공, 약 35년이 된 만큼 건축법상 대수선을 통해 10% 규모 용적률을 추가적으로 활용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스퀘어빌딩(옛 알리안츠생명 서소문사옥)은 현송교육문화재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철회, 한강에셋자산운용이 '한강국내전문투자사모부동산투자신탁 13호'의 펀드 만기 연장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신한리츠운용이 4281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기존 펀드의 투자자인 현대코퍼레이션이 우선주 730억원, 보통주 100억원 규모로 재투자키로 했다. 2019년 300억원 투자 후 행보다. 거래 예정일은 7월 31일이다.

비히클 교체 과정에서 현대코퍼레이션은 329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다.

■부동산 대출·크레딧펀드에 돈이 몰린다
골드만삭스 대체투자사업부(Goldman Sachs Alternatives)는 웨스트 스트리트 리얼 에스테이트 크레딧 파트너스 제4호(West Street Real Estate Credit Partners IV) 펀드 및 관련 집합기구(Vehicle)의 결성을 완료했다. 펀드 규모는 70억 달러 이상이다. 부동산 크레딧 투자에 쓰인다.

이번 펀드 결성에는 한국의 기관투자자(LP)들도 참여했다. 이번 4호 펀드는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현재까지 동일 시리즈 중 최대 규모로 결성됐다.

신규 투자자, 부동산 부문 장기 투자자, 골드만삭스 및 임직원은 물론, 국부펀드, 보험사, 미국 및 해외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패밀리 오피스, 골드만삭스의 개인자산관리사업부, 제3자 웰스 채널 투자자 등도 출자를 약정했다. 4호 펀드는 동일 모집 시리즈 중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제8조에 따라 공시가 이루어지는 첫 펀드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이번 펀드는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 혼란으로 부동산 크레딧 분야에 거대한 투자 기회가 열린 가운데 결성돼 의미가 크며, 차용자에게 대출 규모와 집행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까지 전 세계 8개 투자 건에 18억달러 이상을 약정했다.

리차드 스펜서 골드만삭스 대체투자사업부 부동산 크레딧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부동산 크레딧 시장의 특징은 이미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은 차용자에게 대출 규모와 집행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대안적인 대출 수단에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대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에쿼티(지분) 투자 기반 개발사업의 불안전성이 아직 높은 만큼 실물 담보대출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단순 채권투자보다 담보물이 있어 리스크(위험)를 낮출 뿐만 아니라 수익률도 높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은 국내 부동산 대출 펀드(6000억원 규모) 위탁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에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과 캡스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각각 3500억원, 2500억원 출자한다.

오피스, 물류 등 국내 주요 도시 부동산의 순수 대출형에 투자한다. 실물 대상 담보대출 및 개발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대상이다. 주주 대여 또는 우선주 투자은 물론 토지 담보대출과 브릿지 대출도 불가능하다.

PF 대출 비중은 40% 이하로, 담보대출은 선순위 및 중순위 담보대출비율(LTV) 70% 이하만 가능하다. 선순위 대출 투자 비중이 70% 이상이어야 가능한 셈이다.

앞서 노란우산은 지난해 코람코자산운용(1200억원)과 신한자산운용(1500억원)에 출자해 국내 부동산펀드 설정에 참여한 바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국내 선순위 부동산 대출펀드 운용사에 삼성SRA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4곳을 선정했다. 각각 500억원을 출자, 총 2000억원을 투자한다. 실물 담보대출 및 PF 대출 등 선순위를 중심으로 한 순수 대출형이 투자대상이다. LTV 65% 이하의 선순위로 구성된 대출 투자 비중이 70%를 넘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부동산 담보대출에 운용사 1곳을 선정, 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우체국예금이 3000억원, 우체국보험이 100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목표수익률은 5.0% 이상이다.

국내 오피스, 물류시설 등의 선순위 담보대출 위주로, 일부 중·후순위 담보대출 투자는 30% 이하로 가능하다.
대출 기간 안정적인 이자수익 확보가 가능한 실물 자산 담보대출이 대상인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조정기인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 높은 조성원가로 사업성이 어려워진 개발시장의 에쿼티 참여보다는 기업이나 실물 부동산 담보부 사모대출시장이 긍정적"이라며 "부동산 대출펀드는 실물 부동산 및 개발 사업장에서 지분 투자 대비 위험도가 낮다.
금리 상승기에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투자매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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