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미용실서 '흉기난동' 30대, 살인미수인데 징역 20년 중형…왜?
2024.05.28 10:31
수정 : 2024.05.28 14:13기사원문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헤어진 전 연인을 찾아가 재물을 손괴하고, 며칠 후 다시 찾아가 흉기로 18차례나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강도나 강간이 수반되지 않은 단일 '살인미수' 사건에서 징역 20년은 극히 이례적인 판결이라 눈길을 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3-2형사부(고법판사 김동규·김종기·원익선)는 살인미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 씨(36·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21일 오후 2시쯤 전 연인이던 B 씨(31)가 운영하는 경기 안산의 한 미용실로 찾아가 B 씨를 흉기로 18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자신과 다시 교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B 씨를 찾았다가, B 씨가 새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에 격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8일 전에도 B 씨가 있는 미용실에 찾아가 "내가 여기서 다 부수고 나도 인생 포기하고 너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너무 화가 난다"며 미용실 안에 있는 유리컵을 벽을 향해 던지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강도상해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것을 비롯해 총 5회의 폭력범죄 전력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 씨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범행도구의 위험성, 범행수법의 잔혹성, 피해자의 피해부위 및 정도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수 회 흉기로 내려찍힌 피해자가 '살려 달라'고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해자를 공격해 비난 가능성도 크다"면서 "피고인이 살인의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공격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려는 범죄는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