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31주년... 창사 첫 파업 맞은 삼성전자
2024.06.07 07:53
수정 : 2024.06.07 07: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맞았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에 돌입했다. 앞서 전삼노는 전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전삼노는 2만8400여명이 조합원을 둔 사내 최대 노조로, 전체 직원(12만4800명)의 23%가량이 속해 있다. 조합원 대부분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반도체(DS)부문 소속이다. 전삼노는 지난달 29일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3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했지만, 전날 사측은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섰다"며 "총 파업을 목표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선대회장이 "마누라,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보자"라고 잘 알려진 신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삼성의 문제점을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를 읽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질을 위해서라면 양을 희생시켜도 좋다"라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다만 이날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여서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이 많아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주말과 현충일 사이 직원 수만 명이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순수한 연가 투쟁 참여를 목적으로 연차를 사용한 조합원 수도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단체행동이 장기화하거나 파업 강도가 높아질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삼노는 "아직 소극적인 파업(연차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 나가 총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신경영선언 31주년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주간 미국 출장에 나서며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기업을 비롯해 정계 인사들과 만나는 등 30여개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