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으면 2040년 역성장' 한은의 경고
2024.06.10 18:15
수정 : 2024.06.10 18:15기사원문
이런 암울한 전망에 '설마 그렇게까지'라고 부정하고 싶으나, 제시된 근거를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2040년 인구는 5000만명이 붕괴된다. 생산가능인구는 2900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지표상으로 우리 경제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1%(202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이스라엘에 이어 2위다.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국가별 비중 7.6%로 세계 4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우리 기업들의 2011∼2020년 10년간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0.5%에 그친다. 이보다 10년 전인 2001∼2010년 6.1%에 비하면 큰 폭의 추락이다. 0%대는 생산성이 정체돼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국내 유망기술 혁신기업의 연평균 생산성도 8.2%에서 1.3%로 크게 하락했다. 국내 기업 특허의 건당 피인용 건수(출원 후 5년 이내)는 2011~2015년 1.4건으로 미국(5건), 네덜란드(3.7건) 등보다 낮다.
대기업들이 덩치를 키웠으나 생산성 향상, 즉 질적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초연구 지출이 급감한 것과도 밀접하다. 기업의 총지출 대비 기초연구 투자비율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하락했다. 기업들이 단기 성과를 내는 제품 상용화 응용연구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혁신기술, 신생기업 창업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는 역동성이 크게 떨어져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1~2%대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다. 골이 깊어지는 내수둔화에다 혁신기업 창업과 같은 활력을 찾기 어렵다.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상징하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사)은 2019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세계적으로 2.7배 늘었으나 한국은 1.4배 정도에 그쳤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유니콘기업 중 한국 비중이 최근 4년 새(2019~2023년) 절반 가까이 줄어 0.8%에 그쳤다고 한다. 과거 성공방식에 얽매여 경제성장 모델을 답습하는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적은 이런 속사정을 들킨 것 같아 더 씁쓸하다.
기존 체계와 충돌한 자동차 공유업체 '타다'와 같은 혁신의 실패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놓친 것 아닌가. 결국 대기업 쏠림을 심화하고, 인재들은 창업보다 창의성이 매몰된 취업에 몰리고 있다. 설령 창업을 해도 규제를 피해 아예 해외에서 하거나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바이오 헬스케어, 빅데이터, 반도체 등 신산업 스타트업 창업과 도전을 유도해 경제활력을 높여가야 한다. 이런 혁신창업을 촉진하는 정교한 정책이 더 필요하다. 규제도 더 풀어야 한다. 혁신기업 자금공급-창업 촉진-부가가치 창출로 선순환하는 혁신창업 육성 생태계를 되살려야 한다. 대기업과 혁신 신생기업이 함께 뛰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진짜 역동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