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에서 다이어트까지, 혈당관리와의 싸움
2024.06.22 08:00
수정 : 2024.06.22 08:00기사원문
6월 초부터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면서 새삼 지구 온난화를 자각하는 와중에 스마트폰이 울린다.
"무더위가 일찍 와서 뿌듯합니다"
클리닉 환자 한 분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에서 35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가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보내주며 느닷없는 만족감을 표한다. 그렇다, 날씨가 풀리던 3월부터 다이어트 관리를 시작한 분들이 서서히 보람을 느껴가는 시즌이 온 것이다.
하지만, 보람과 동시에 엄습해오는 것은 '관리'의 영역이다. 군살이 빠지고 원하는 핏의 옷을 입게 되었지만, 풀어진 마음 속에 어느덧 거울 속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한 경험.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공감할 것이다. 정상에 오르긴 어렵지만 내려가긴 쉽다는 말처럼, 다이어트도 빼는 과정보다 유지가 어려운 법이다.
지난 칼럼에서 당분발효를 촉진시켜 지방을 생성하는 퍼미큐티스(firmicutes)균, 소위 뚱보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음식물을 반복 섭취하다보면 퍼미큐티스균이 많아지고, 이후 적당한 양의 음식물이 들어가도 당분발효가 많이 이뤄지며 지방이 잘 생기는 체질이 된다는 것이다.
요요현상도 마찬가지로, 감량을 위해 조절된 양의 음식물만 먹다가 갑작스레 많은 음식물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여기서 나오는 당분을 분해하기 위한 퍼미큐티스균이 많아지는 논리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체내 당분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요요현상과 비만의 주된 이유인 것이다.
체내 당분, 즉 혈당관리라 하면 통상적으로 '당뇨'를 이야기한다. 혈당을 낮추는 물질인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으로, 선천적인 1형, 후천적인 2형으로 나뉜다.
통상 과식,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2형 당뇨가 늘어나며 혈당관리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매번 손가락을 찔러 혈액을 검사하는 방식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나 있던 이야기로, 이제는 기기와 앱까지 나오며 연속적인 혈당 측정이 가능해졌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혈당이 달라지는 추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별다른 통증과 번거로움 없이 내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이 좋은 걸 굳이 당뇨병 환자에게만 쓰기 아깝다. 다이어트 후 관리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본다. 섭취와 움직임에 따라 체내 혈당이 변화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셈이다.
살을 빼기 위해 공복 유산소를 하며 어지럼증을 느꼈다면 이제는 가벼운 식사를 먼저 해야하고, 간헐적 단식 후 폭식 습관이 있다면, 혈당 수치 상승을 늦춰주기 위해 '먹는 순서'를 바꿀 수도 있다. 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혈당 다이어트'가 이에 해당한다.
혈당 다이어트의 승패 요인은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와의 싸움이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게 되면, 우리 몸은 이를 제어하기 위한 인슐린을 분비한다. 당분이 분해되며 나오는 포도당은 인슐린을 통해 체내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은 포도당은 간·근육에 '글리코겐'이란 덩어리 형태로 저장되는데, 저장 기준치 이상은 모두 지방으로 바뀐다.
문제는 이 혈당 스파이크 과정이 잦아지게 되면 우리 몸에 '인슐린 저항성'이란 것이 생기는데, 인슐린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포도당이 에너지로 사용되지 않고 모두 지방으로만 저장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앞서 말한 '뚱보균'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생소한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어렵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 내원객에게 알맞은 식사, 운동, 수면 등 종합적인 처방을 책임감있게 제안할 수 있는 주치의가 필요하다. 물론, 인터넷 등을 통한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기능의학적인 접근으로 개인의 체질과 특성에 맞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상담이 가능한 '나만의 주치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