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열흘 일찍 에어컨 틀어", 자영업자 벌써부터 전기요금 걱정 커져
2024.06.24 16:33
수정 : 2024.06.24 16:33기사원문
고깃집·편의점은 냉방전쟁
2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선 찬바람이 느껴졌다. 지난 주말 내린 비로 바람이 선선해진 것으로 생각됐지만 착오였다. 대로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가게들에서 나오는 에어컨의 찬바람이었다.
약 117㎡ 규모의 불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봉환씨(64)는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일찍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엔 전기 요금이 매월 60만~70만원 정도였다면 전기 요금이 오른 6~7개월 전부터 약 100만원씩은 나오는 것 같다"며 "올해는 에어컨을 일찍 틀었으니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도 "포스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온장고까지 전기로 돌리지 않는 게 없다"며 "소규모라 전기 요금이 30만~40만원까지 나오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10만원 이상 더 나올 것이라
고 본다"고 언급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대형 편의점에서는 전기요금이 평년 70만~80만원 수준에서 지난달 갑자기 130만원까지 올라 놀랐다고 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올 6월 1∼21일 폭염일수는 2.7일을 기록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달 폭염일수(0.6일)의 4배에 달한다.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1.5일)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한여름철인 7∼8월에는 더욱 강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측된다. 더위가 강해지면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요금폭탄 무섭지만 개문냉방은 '필수'
명동 상인들은 유독 여름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한다. 에어컨을 튼 채로 문을 열어놓는 '개문 냉방'이 필수 경쟁요소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땀 흘리며 골목 골목을 다니는 행인들을 잡기 위한 일종의 간접 호객행위다. 개문냉방 영업 시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은 문을 닫고 냉방했을 때보다 약 66% 증가하고 전체 전기요금은 약 33%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문영업 여부에 따라 손님이 오가는데 차이가 난다고 한다. 명동 정포들은 겨울엔 가게를 후끈하게 데운 채로 손님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씨(31)는 "지난 겨울 너무 극심한 추위로 문을 조금만 열었더니 바로 손님이 줄었다"며 "옆집이나 앞집이 다 화장품 가게인데 손님을 놓칠까 봐 사장님이 문을 절대 닫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이씨가 일하는 화장품 가게는 에어컨 온도를 22도로 맞춘 상태에서 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6월 20∼22일 전국 26개 주요상권 및 4개 대형 아울렛을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5298개 매장 중 12%인 634개 매장이 개문냉방 영업 중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서울(명동·홍대)의 개문냉방 영업 비율이 69%에 이르렀다. 명동상인협의회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 논의가 나온 적은 있지만 개문냉방 영업에 대해 권고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화장품 업체나 마트, 편의점 등이 손님이 짧은 시간 머물고 가는 곳이라 문을 열어두는데 브랜드 업체라 상인회 소속도 아니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