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대 유사수신… KH자산 대표 옥중서도 '수익 은닉'
2024.06.27 18:17
수정 : 2024.06.27 18:17기사원문
27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KH자산관리법인의 주 계좌 입출금내역에 따르면 이 법인은 지난해 6월 23일 '베트남'이라는 거래 내용으로 5차례에 걸쳐 1억9700만원을 송금했다. 이 돈은 각각 5개의 개인명의의 국내 계좌로 들어갔다. 법인 계좌에 회사 자금 1억9700만원이 입금된 직후에 송금이 이루어졌다. 이후 3일 뒤에도 300만원의 돈이 법인 계좌에 들어오자 마자 '베트남'이라는 거래 내용으로 돈이 출금됐다. 3일 사이에 법인계좌에서 '베트남'을 거래 내용으로 총 2억원의 돈이 개인계좌로 빠져나간 셈이다.
본지가 확보한 자료는 이 법인는 과거에도 이 계좌에서 산발적으로 자금을 출금했다. 그러나 한 번에 여러 차례 거액의 돈이 빠져나간 것은 해당 시점이 처음이다.
하루에 수차례의 회삿돈이 출금된 시점은 KH자산관리법인 임원진들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다음 날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출금 시점 하루 전날인 지난해 6월 22일 KH자산관리법인 임원진들을 유죄 판결했다. 대표 노모씨는 당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 법원에서도 형이 유지됐고, 노씨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지난해 10월 실형이 확정됐다.
노씨 등은 금융법상 인·허가도 받지 않은 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진행하는 베트남 알루미늄 사업과 관련해 돈을 투자하면 1년 후에 원금과 7% 상당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목돈 계약'을 체결한 혐의 등을 받았다.
이와 별개로 대표 노씨와 부사장 최모씨 등 관계자 11명은 지난달 1일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씨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이체받은 금액이 최소 300억원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유선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법인의 주 계좌에서 '베트남'을 거래 내용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명목상 이들의 해외 사업 관련 비용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 같은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씨 등은 베트남 알루미늄 사업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는데, 해당 법인은 지난해 3월 이미 법원으로부터 채권자들이 낸 2억원대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해외사업 명목으로 개인 국내 계좌로 거액의 돈을 송금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베트남 명목의 송금이 일정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돈이 갑작스레 개인 계좌로 나간 것을 보면 범죄수익 은닉, 또는 환치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세무사도 "별다른 증빙 없이 법인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돈이 나간 거면 문제 소지가 있다"며 "해외 사업 명목으로 개인 국내 계좌로 돈을 보냈다면 돈세탁 목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재범 우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폰지사기의 경우 범죄수익금을 은닉할 목적으로 불법 환전 등으로, 해외로 반출하는 사례가 많아 피해액 환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본지는 KH자산관리법인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임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one1@fnnews.com 정원일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