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가 100만원짜리 옷을 입어?!"…부총리 패션 논란, 왜?
2024.07.11 06:59
수정 : 2024.07.11 13: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의 부인 빅토리아 스타머와 앤절라 레이너(44) 영국 부총리가 잇달아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등장해 화제인 가운데, 여성 정치인과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총리, 퍼스트레이드 나란히 같은 패션…"무슨 옷이지?" 관심 폭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레이너 부총리는 최근 사흘 연속으로 영국의 여성복 브랜드인 'ME+EM'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빅토리아 여사도 총선이 치러진 지난 4일 이 브랜드의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지지자들 앞에 섰다.
그다음 날 내각 회의에도 레이너 부총리는 이 브랜드의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새 퍼스트레이디와 신임 부총리가 잇달아 공식 석상에서 같은 브랜드의 옷을 선택하며 세간의 관심도 커졌다.
브랜드 대변인에 따르면 빅토리아 여사가 총선 날 밤 입은 붉은 드레스의 판매 페이지 트래픽은 그날 이후 세 배 이상 늘었으며, 두 사람이 입은 의상의 판매 페이지의 트래픽은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다.
레이너 부총리가 스타머 총리 취임 연설에서 입은 민트색 정장의 가격은 550파운드(한화 약 97만원)이며, 이튿날 입은 주황색 드레스는 227파운드(약 40만원)이다.
레이너 부총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16세에 출산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등 힘든 성장기를 보내고 정부 내각의 이인자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총선 직후인 지난 5일 새 내각 발표 당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 논객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레이너 부총리가 입은 옷의 가격이 친서민 정책을 내건 노동당의 인사가 입기에는 비싼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옷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영국 대중지 더선에 따르면 전직 모델 레일라니 다우딩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는 550파운드의 낭비"라고 적었으며, TV채널 GB뉴스의 한 평론가는 레이너가 노동 계층을 대표한다면서 감히 방글라데시의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닌 예쁜 옷들을 입었다며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이후 삭제했다.
"명백한 성차별…여성이 입고 싶은 것 입게 하라"
영국 언론들은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더선은 오피니언란에 게재한 글에서 레이너 부총리의 의상에 대한 반응을 소개하며 "정치 세계에서는 (레이너 부총리가 입은) 이 민트 그린 색의 정장보다 더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여성이 입고 싶은 걸 입게 해라.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을 하게 하라"고 비판했다.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조이 윌리엄스는 8일 기고한 '앤절라 레이너의 정장과 빅토리아 스타머의 비밀스러운 힘: 왜 갑자기 성차별주의의 냄새가 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남성 정치인들의 경우와 달리 "선출직으로 공직에 취임한 이가 여성이고, 어떤 옷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큰 문제가 되는 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내각 고위직에 여성이 11명 발탁된 만큼, 언젠가는 전 세계가 이들의 존재, 이들도 나름의 의제를 갖고 있으며 옷은 매일 입을 뿐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질 날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