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 너 죽는다"..목만 내놓고 버티던 노모의 만류에도 물 속에 뛰어든 아들
파이낸셜뉴스
2024.07.12 05:00
수정 : 2024.07.12 09: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전에 내린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한 농촌 마을이 침수된 가운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아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대전 시내에 사는 김중훈가 전날 폭우 속에서 어머니를 구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 비로 대전 서구 용촌동의 정뱅이마을 앞 갑천 상류와 두계천 합류 지점 인근의 제방이 10일 오전 4시께 붕괴돼 순식간에 급류가 마을을 덮쳤고 27가구에 사는 30여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대전 시내에 사는 김중훈씨는 지난 10일 형수에게서 “어머님이 연락이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은 다 대피했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는 전화를 받았다.
굴착기 기사인 김중훈씨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가 사는 마을로 달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방 붕괴로 마을로 물이 넘쳐 들어찬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유입되는 물이 태평양에 밀려오듯이 그냥 막 민물에서 파도가 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어머니 집을 보니 처마 밑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나 좀 살려달라’는 어머니 소리가 들렸다”면서 “사람은 안 보이는데 살려달라는 소리가 막 들렸다. 대피한 사람에게 전화해 보니 어머니가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 집을 향해 갔는데 물살이 파도 치듯이 너무 세 접근하기 어려웠다”면서 "굴착기를 놔두고 수영을 해서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고 했다.
김씨는 그곳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옆집 아주머니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기둥을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해 떠 있는 수레를 이용해 아주머니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에게 향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목만 내놓고 버티고 계셨다”며 “내가 가니까 ‘너 죽는다.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야기하던 김씨는 “오지 말라고. 너 죽는다고”라며 어머니가 했던 말을 되뇌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지붕을 타고 넘어갔다”며 “어머니 집 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물속에 잠긴) 담을 잡고 발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당기려고 하니까 기운이 빠져서 (지붕에) 못 올리겠더라”고 했다.
그때 떠내려온 소파를 발견한 김씨는 “소파를 이용해 지붕 위로 어머니를 올렸다”며 “자꾸 미끄러지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조금만 버티라’고 말하는 순간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왔다”고 했다.
김씨는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를 대피시키고 보니까 두 분이 목 내밀고 있던 공간이 10분 사이에 완전히 다 잠겨버렸다”며 “10분만 늦었더라도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정뱅이 마을에 고립됐던 주민 36명은 4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됐다. 119구조대는 주민들을 인근 복지관으로 이동시켜 추위에 떨지 않도록 조치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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