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두산밥캣 품는 로보틱스 '축포'..에너빌리티 주주 "울분"

      2024.07.12 16:05   수정 : 2024.07.12 16: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업을 믿고 장기투자한 주주들을 기만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종목토론방)

두산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그룹주 주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기대감에 불기둥을 세운 반면 알짜 자회사를 잃게 된 두산에너빌리티는 약세를 보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전장 대비 23.80% 오른 10만5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산로보틱스에 합병 예정인 두산밥캣도 5% 오른 5만4600원에 마감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장 대비 4.35% 하락한 2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은 전 거래일 대비 2.28% 하락한 23만6000원에 마감했다.

전날(11일) 발표된 지배구조 개편안에 두산그룹주가 들썩였다. 두산밥캣의 대주주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변경되며, 두산밥캣은 이후 상장폐지되는 것이 개편안의 요지다.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을 단행할 계획이다. 이때 분할된 신설 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한다.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두산로보틱스가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을 대가로 지급받게 된다. 합병이 완료된 뒤에는 일반 주주가 소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가 발행하는 신주와 교환된다. 이를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예정 행사가는 주당 5만459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알짜 자사인 두산밥캣을 잃게 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연간 1조39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주사 두산의 연결기준 영업이익(1조4363억원)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연결 손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가 분할돼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편입함에 따라 재무적 안정성 확보가 가능해짐은 물론 모건스탠리개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이 유력해졌다.

두산밥캣 투자자의 경우 투자심리가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절차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지만 이날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한명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 주주들은 이번 이벤트로 건설장비 회사 투자자에서 로봇회사 투자자로 바뀌게 됐다"며 "일반적으로 시장은 복합기업보다 순수 영업회사를 더 선호하는데, 절차적 측면에서 주주총회와 반대매수 청구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장 초반 4% 하락세를 보였던 두산밥캣 주가는 종가 기준 5% 상승 마감했다.
이는 두산로보틱스의 급등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흡수합병에서 밥캣 1주당 로보틱스 보통주식 0.63주를 받게 된다.
이날 두산로보틱스가 10만5700원에 마감하면서 불기둥을 세우자, 이 가격의 63% 수준인 6만6000원과 현 주가(5만4600원)와 괴리가 여전하다고 느낀 투자자들이 급격히 몰린 것으로 보인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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