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는 왜 문화재 수집에 몰두했나

      2024.07.16 06:00   수정 : 2024.07.16 06: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이같이 문화 예술 투자에 대해 강조했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를 받들어 이 선대회장이 생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이후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미술관에 전시되며 미술에 대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과 국내 미술관의 격과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을 시작으로 3대째 내려오는 삼성가의 문화유산 '오블리스 노블리주'는 2028년 개관을 앞둔 '이건희 기증관'을 통해 이어져갈 예정이다.

BTS RM도 찾은 이건희 컬렉션, 이젠 광화문 옆에서 본다
16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들어서게 될 이건희 기증관(가칭)의 국내외 설계안을 12일부터 공모했다. 이건희 기증관은 고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 2만1000여점과 미술 작품 1488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설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1월 서울시와 부지를 교환한 종로구 송현동(송현문화공원 내) 9787㎡ 대지에 총사업비 1078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2만5696㎡,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건희 기증관은 다양한 역사 유물과 고미술품, 근현대 미술품 등을 한 공간에 전시해 박물관과 미술관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새로운 체계의 전시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8년 개관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부터 오는 26일 오후 5시까지 공식 누리집에서 공모 참가 등록을 받으며, 등록자에 한해 오는 10월 10일 오후 5시까지 설계안을 접수한다. 이후 문체부는 기술심사와 작품심사를 거쳐 10월 24일에 최종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 어떤 게 있나

앞서 공개된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을 돌며 국민품으로 돌아갔다. 관람객들은 세기의 기증을 관람하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는 등 전국적으로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이 분 바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30대 나이에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며 처음 구입한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재(국보 14건, 보물 46건) 60건이 포함됐다.

고려 불화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단원 김홍도의 그림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를 비롯해 서적, 도자기, 고지도, 공예, 불교 미술품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하는 수준이다.

고흐·고갱·모네·샤갈·피카소 등 서양 근대 미술사 사조별 대표작가, 한국 근현대회화작품 등 1600여점도 눈길을 끈다.

기증 목록에는 김환기·이중섭·박수근·장욱진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도 포함됐다.

삼성가 3대 걸친 '노블리스 오블리주'
삼성가의 미술 사랑은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 창업회장은 평소 "개인의 소장품도 민족의 문화 유산"이라는 신념으로 남다른 애정과 사랑으로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식에서 창업회장은 "그동안 따뜻한 애정을 갖고 문화재를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그것이 민족문화의 유산을 지키고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조가 되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기획전이 흥행을 거두면서 삼성그룹 오너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난 3월 27일부터 경기 용인시 소재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은 지난 5월 말까지 일 평균 관람객 수만 1000명이 넘어 누적 6만명을 넘어서는 흥행을 거뒀다. 한국·일본·중국 등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 전시다. 호암미술관은 세계 유수의 불교미술 명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5년의 시간을 투자해 전시를 준비했다.

해외에서 중요 작품 1~2점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 일본, 미국, 유럽 소재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극히 이례적이다. 92점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만 47점에 달한다.

호암미술관이 해외 개인 소장가에게 대여한 일명 '백제의 미소',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됐다. 수만개의 자개 조각으로 촘촘하게 이뤄진 불교경전을 담는 상자인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 세계에 단 6점만 남아있는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일반에 최초 공개됐다.

이재용 회장도 이번 전시를 5차례나 둘러볼 만큼 각별한 관심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회장은 비즈니스 미팅차 한국을 찾은 해외 주요 인사들을 전시에 초청해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