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저 PBR인데"... 금융주 담고, 자동차주 덜어내는 기관
2024.07.22 16:29
수정 : 2024.07.22 16: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밸류업 정책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금융주와 자동차주를 바라보는 기관 투자자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주를 적극적으로 투자 바구니에 담는 것과 달리, 자동차주는 연일 덜어내는 모습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주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 들어 신한지주 주식을 2333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세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지난 16거래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쓸어담았다.
기관은 하나금융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서도 각각 911억원, 871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KB금융 주식도 597억원어치 샀다.
증권가는 밸류업 관련 세재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주춤했던 금융주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주가 2·4분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이유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9개 금융지주사 및 은행의 2·4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5조825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5%, 전년동기 대비 5.4% 증가할 전망이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2·4분기 금융주는 견조한 여신 성장으로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 감소 이상의 이자 수익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이자 수익에서도 자본시장 회복과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같은 밸류업 수혜주 내에서 자동차주는 집중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이달 기관은 현대차와 기아 주식을 각각 3722억원어치, 154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1위와 4위에 해당한다. 지난달만 해도 기관은 현대차를 2409억원어치 사들였지만 이달에는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트럼프의 높아진 재선 가능성이 자동차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급속 냉각시켰다. 트럼프는 앞서 모든 수입품 관세를 기존 3% 수준에서 1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4억5000만달러로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절반(49.9%)을 차지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기관이 자동차주를 팔아치우고, 주가 역시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라며 “대미 수출에 1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럼프가 총격 사건 이후 지지율이 높아지고, 바이든까지 사퇴하면서 재선 가능성이 커지자 자동차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전기차 정책 폐지 공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현대차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6조원가량의 전기차 신공장 및 배터리 합작법인(JV) 2곳에 투자한 바 있고, 내년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가동 시점과 투자 회수 지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