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의장성명 ‘북러 으름장’에 난항..10년만 최장기 기록하나

      2024.07.29 16:37   수정 : 2024.07.29 16: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지난 27일 막을 내렸지만, 이틀이 지난 29일까지도 의장성명을 둘러싼 물밑 외교전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RF는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라서 매년 성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왔다. 특히 북핵 문제가 가장 골치인데, 올해는 북러 군사협력까지 고려돼 더욱 논쟁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노골적으로 맞붙은 한미 vs 북러

올해 ARF를 비롯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선 북러를 향한 비판이 노골적으로 제기됐다. 위협을 받는 당사국인 우리나라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가장 앞장섰다.
조 장관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북러 대응 필요성을 제기하며 거들었다.

북러도 지지 않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합의한 핵작전 지침을 콕 집어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도발·위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북한 대표로 참석한 리영철 주라오스대사는 구체적인 발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히 높은 수위의 비난을 제기했다는 게 외교부의 전언이다.

매년 ARF 성명 채택은 북핵에 관한 참여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당사국인 북한의 반발보다는 북한을 비호하는 중러와 비핵화를 강조하는 한미일이 부딪히면서다. 거기다 올해 회의에선 본회의는 물론 각 양자회담에서도 북러 군사협력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더욱 녹록치 않게 된 것이다.


中 팔짱 풀지 않을 정도의 성명 수위가 문제

변수는 중국의 입장이다. 통상 북핵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비호해왔던 중국이지만, 최근에는 북러 밀착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한일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어서다. 실제로 ARF 성명 채택 외교전에서 중국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이 팔짱을 끼고 있는 게 북핵과 북러 밀착 문제가 성명에 담길 가능성을 높이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과 북러의 상호의존은 약화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입장에서 한일과 가까워지는 건 필요에 의한 것일 뿐, 북러는 같은 권위주의 진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미국을 견제할 주요 전력이기 때문이다. 즉, 성명에 북러에 대한 비난 수위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북중러가 뭉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ARF 성명에 북핵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내용을 넣어서 북러를 자극하는 걸 가장 불편해하는 건 사실 중국”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의 원동력인 북핵 위협 명분이 커지게 되는 동시에, 반대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위협이 된다는 게 북중러의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시 말해 ARF 성명에 북러든 한미든 국가 이름이 들어가는 건 양측과 또 양측과 관계된 국가들 모두에 곤란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현재 한중관계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 또 북중러가 뭉치는 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ARF 성명에서 수위를 지나치게 높이기 곤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에 올해 ARF 의장성명은 채택하는 데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년 동안 ARF 성명은 회의 당일 채택한 적은 단 한 차례만 있었고, 하루에서 닷새 정도가 소요됐다.
지난 2022년 ARF 때 5일이 걸려 지난 10년 중에는 가장 오래 걸렸는데, 이번에는 일주일도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최장기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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