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다 외웠는데… 4년 뒤엔 꼭 부를게요
2024.07.30 18:06
수정 : 2024.07.30 18:21기사원문
세계 랭킹 3위이자 독립운동가 후손 유도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첫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허미미는 "시상식 때 부르려고 애국가 가사를 다 외웠는데 아쉽다.
■위장 공격 판정에 아쉬운 銀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아쉽게 반칙패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처음으로 메달을 손에 쥔 것으로, 한국 여자 유도 은메달은 2016 라우 대회 48㎏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승패를 가른 것은 심판의 세 번째 판정 지도였다. 허미미와 데구치는 연장전(골드스코어)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정규시간(4분) 안에 허미미와 데구치는 각각 판정 지도 2개와 1개를 받았다. 허미미가 지도를 하나만 더 받으면 반칙패인 상황이었다.
연장전 시작 1분48초 데구치가 두 번째 지도를 받으며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 허미미는 2분15초께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데구치는 뒤쪽으로 이동하며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그런데 이때 심판은 허미미에 '위장 공격' 판단을 내려 세 번째 지도를 꺼내 들었다. 연장 2분 38초를 넘어갈 시점이었다. 허미미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몄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를 두고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며 의연하게 판정을 받아들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심판의 지도 판정에 야유를 퍼부었다. 한국 네티즌 사이에선 "누가 심판을 간절하게 바라보는지 싸움인가"라는 반응이 속출했다. 우승자인 데구치도 경기 직후 "유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판정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할머니 유언 따라 한국行
이번 경기가 특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허미미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첫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허미미는 중학교 때부터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일본 카뎃유도권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했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명문대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했다.
그러던 허미미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평소 잘 따르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언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는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유언했다. 한동안 한국·일본 이중국적자이던 허미미는 2021년 일본 국적을 버리고 경북체육회 유도단에 입단했고 이듬해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 5대손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