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통하는 영감" 러닝머신 안 끄고 간 노인…결국 30대 女 다쳐

      2024.07.31 05:36   수정 : 2024.07.31 13: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헬스장에서 한 주민이 러닝머신을 끄지 않아 그 뒤에 이용하려던 30대 여성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 사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며칠 전 작은 딸이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에 올라가다 사고 났다"며 "사고 원인은 먼저 운동하시던 나이 든 영감님이 전원 스위치를 끄지 않고 내려왔고, 딸은 그걸 모르고 올라갔다가 엎어지면서 무릎에 상처 났다"고 호소했다.



공개한 사진 속 A 씨 딸의 양쪽 무릎은 살이 벗겨져 피가 맺히는 등 부상을 입었다. 상처 주변은 노랗게 멍이 들었다.


A 씨는 "이 상황을 보고 아내가 영감님께 항의하니 '내가 스위치를 끄고 내려야 하냐?'고 오히려 적반하장 큰소리를 냈다고 하더라"라며 "말이 안 통하는 영감님이라더라. 제 딸 나이가 서른이라 불찰이 있지만 해도 너무한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헬스장에는 '러닝머신 사용 주의 안내문'이 붙었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A 씨 딸 상처 사진과 함께 "러닝머신 운동 끝나거나 잠시 자리를 비울시 '멈춤' 버튼을 눌러 작동을 멈춰달라"며 "뒷사람이 올라서다 넘어지면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치아나 머리를 다칠 수 있으니 내려올 때 꼭 확인해달라"고 당부 글이 쓰여 있었다.

A 씨는 "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보니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는지, 영감님께 사과받아야 하는지 등 절차를 모르겠다"며 "딸 무릎이 흉터 없이 치료된다면 배상은 필요 없다. 관리사무소나 헬스장 운영 주체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영감님이 너무 적반하장이기에 흉터가 남는다면 돈으로 혼쭐내주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이 알려진 이후 헬스트레이너라고 밝힌 누리꾼은 "헬스장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사가 와서 처리해 준다. 하지만 보험 가입 안 돼 있다면 직접 그 할아버지께 피해 보상 고소 진행해야 한다. 저는 잠깐이라도 러닝머신 끄지 않고 내려오는 회원 발견하면 즉시 남녀노소 이유 불문하고 아주 강력하게 경고 조치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러닝머신 켜놓고 내린 사람도 잘못이지만 본인이 안 보고 올라간 책임도 있다", "무개념 노인이 1차 원인 제공은 맞지만 100% 노인 책임을 묻는 건 힘들다"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헬스장 러닝머신 사고 손해배상 책임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헬스장 측이 관리 감독 주의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보고 다친 이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다친 사람 역시 러닝머신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헬스장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