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횡령' 경남은행 간부, 1심 징역 35년 중형 선고(종합)
2024.08.09 16:01
수정 : 2024.08.09 16:46기사원문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3000억 원대 횡령' 사건의 주범인 BNK경남은행 전직 간부가 1심 재판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에게 징역 35년과 추징금 159억 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경우 총 99회 걸쳐 합계 3089억 원 상당을 경남은행으로부터 횡령했다"며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인정하는 입장이고, 황 씨와 최 씨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대해선 인정하고 증거 인멸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씨는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전체 횡령액 중 약 10% 상당으로 보이는 점, 은닉한 수익 상당 부분이 추적되고 압수됐음으로 피해 은행이 일부나마 피해가 회복될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면서도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점, 횡령 범행에 이르는 횡령액이 3089억 원에 이르는 점 등 거액이고 그중 실질 취득 이익 역시 280억 원을 초과하는 등 매우 큰 점"을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황 씨에 대해 "횡령 관련해 실질적인 취득 이익이 12억 원으로 이 씨가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인 점, 당시에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운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면서도 "장기간 횡령 범행에 공동 정범으로 가담했고, 횡령 규모가 매우 크고 동기와 수법이 불량하며 피해자 은행이 입은 손해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것을 비춰볼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최 씨에 대해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증거인멸죄와 관련해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포맷으로 인해 중요 수사단서가 멸실됐다고 보이지 않아 악영향이 컸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본다"면서도 "동기가 좋지 못한 점, 또다시 같은 형을 저지른 점 등은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이후 재판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이 씨와 황 씨는 횡령금으로 앞서 횡령했던 돈을 변제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전체 횡령금 약 3089억 원 중 2755억 원은 결과적으로 경남은행에 다시 지급됐다"며 "이 씨와 황 씨가 취득한 이익은 합계 약 334억 원으로 추산되고, 이에 상당하는 재산을 몰수·추징하거나 경남은행에 교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으로 재직하며 3089억 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횡령한 돈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라에 거주하며 생활비만 117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구매에 83억 원, 골드바 등 은닉 재산 구입에 156억 원 등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황 씨는 이 씨와 공모해 시행사 명의 출금전표 등을 11차례 위조하고, 경남은행 부동산 PF 대출 자금 1387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주식·선물·옵션 등에 투자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를 받는다. 황 씨는 또 지난해 도주한 이 씨로부터 범행에 이용한 PC를 버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인 최 씨에게 지시해 PC를 포맷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최 씨는 황 씨의 지시를 받아 PC를 포맷하고, 황 씨가 도주 중이던 이 씨와 연락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명의로 휴대 전화번호 2개를 개통해 준 혐의(증거인멸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