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내놔도 안나가"…전공의 파업에 '병세권' 상가들도 직격탄
2024.08.18 14:03
수정 : 2024.08.18 14: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직원 다 내보냈어요. 가족끼리 운영해도 인건비가 안나와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인근 골목. 한 식당 주인 오모씨(65)가 한숨을 쉬었다. 반년째 이어지는 전공의 파업으로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오씨는 "원래 점심에는 줄을 설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며 "지금은 자주 오는 환자 손님이나 의사, 교수, 학생도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병원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기존 환자도 내원 주기를 늘리자 주변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병원 외래 환자나 직원들 위주로 영업하던 인근 식당과 약국들은 매출이 급감해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산한 병원 골목, 인근 식당 매출 감소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서울대병원 약국 골목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은 물론 약국에 들르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무리나 처방전을 사람들이 간간이 지나다녔지만 이전보다 숫자가 눈에 띄게 적었다. 오씨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손님 두 명이 앉아 있었다.
14년째 한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했다는 오씨는 장사가 안돼 최근 가게를 내놨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이후 직원 3명을 내보내고 아내, 아들과 식당을 운영 중이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매출이 안나오면 세금 떼고 적자인데 뭐하러 장사하냐"며 "코로나 시기를 버티고 매출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렇게 됐다. 가게를 내놔도 안나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식당들도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이모씨(58)는 "의대는 수업이 중단됐지만 다행히 치대가 있어서 그나마 버티는 것 같다"면서도 "직원, 외래환자 손님이 꽤 있었는데 10~20%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인근 포장 전문 카페 사장 A씨 역시 "예전만큼 장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안되면 다른데를 가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교수 파업 철회 다행, 전공의 빨리 돌아오길"
병원약 처방 비중이 높은 주변 약국도 전공의 파업 여파로 어려움이 커졌다.
서울대병원 인근 약국 직원 이모씨(50)는 "교수님들이 휴가가실 때 미리 처방전을 내기 때문에 휴가철에는 항상 바빠진다. 이로 인해 최근 처방이 약간 늘었다"면서도 "이전에는 기존 매출의 3분의 1이 줄었다. 회복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때 이미 직원을 많이 줄였다가 다시 늘리려던 참에 전공의가 이럴 줄은 몰랐다"며 "교수님들이 파업 결정할 때 인원을 다시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철회됐다. 전공의들이 내년에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품고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약사 이모씨(37)는 "외래진료가 많아야 약국 손님이 늘어나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걱정"이라며 "돌아오고 싶은 전공의들이 눈치를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