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인텔의 위기, 바다 건너 남 일 아니다

      2024.09.03 18:08   수정 : 2024.09.03 18:08기사원문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자국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했다고 한다. 1939년 폭스바겐 설립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역시 불필요한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글로벌 공룡기업들마저 어려움을 겪는 심각한 현실이다.

미국과 독일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두 기업의 위기는 '대마불사'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할수록 기업의 생존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아직은 반도체와 자동차 강국 대접을 받는 한국이지만, 해외 대기업들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업종은 다르지만 폭스바겐과 인텔의 위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독주하던 기존 시장을 탈피하지 못한 안이한 인식을 꼽을 수 있다. 유럽 지역은 전통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애착이 깊었다. 경쟁기업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전환을 서두르며 막대한 선행투자를 감행할 때도 내연차량에 안주했다.

결국 중국 전기차들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유럽 차 업계의 입지는 자연스레 좁아졌다. 중국 전기차들은 신기술로 무장한 데다 값도 싸 기존 업계에 결정타를 날렸다. 게다가 뒤늦게 진출한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 인텔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원인도 안이한 시장인식에 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40년 이상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점하며 '반도체 왕국'을 완성한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시장 내 가격과 공급 결정권을 거머쥔 게 독이 됐다.

모바일 칩셋이 반도체 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떠오르던 2010년대에 모바일 사업부문에 대한 뒤늦은 투자로 실기를 하고 말았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과 관련된 반도체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기존 사업에 머무른 결과 후발주자로 밀려났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에도 우리의 삼성, 대만의 TSMC와의 경쟁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의 쇠락은 그 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다수의 실업자가 발생한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내수가 침체된다. 결정적으로 대형 완성차 업체가 몰락하면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흔들리는 도미노 효과 때문에 산업 생태계가 망가진다. 대기업이 한 국가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이토록 파괴력이 크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예외라는 법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업종 가운데 한 곳만 수출이 꺾여도 경제지표가 즉각 타격을 받는다. 폭스바겐과 인텔의 위기는 안이한 시장판단과 뒤늦은 투자에서 패인을 찾을 수 있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늘려 신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기업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면 무거운 투자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기업이 창발적으로 선행투자에 나서는 과정에 행정적 규제가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국가와 기업, 국민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 아래 기업 경영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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