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없어 고민인 교육교부금제도 왜 못 고치나

      2024.09.08 18:42   수정 : 2024.09.08 19:15기사원문
초·중·고 학령인구(6~17세) 1명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1310만원에서 2028년 1940만원으로 50%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학생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만큼 1인당 교육교부금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2024∼2028년)을 보면 교육교부금은 올해 68조9000억원에서 2028년 88조7000억원으로 28.8% 늘어난다.

하지만 수혜자인 초·중·고 학생은 524만명에서 456만명으로 13%나 줄어든다. 학령인구와 세수의 엇박자가 심화된다는 의미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도 적정선에서 같이 움직이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이런 연동조항이 전혀 없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채워진다. 내국세와 의무적으로 연동돼 있어 국세가 더 걷히면 교육교부금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지방교육청과 교육계는 정부재정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재원보따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앙정부 입장에선 교육교부금은 비중이 높은 국가 의무지출 중 하나다. 올해 정부예산 의무지출 374조4000억원 중 19.8%가 교육교부금인데, 재량껏 쓸 수 없도록 묶여있는 다른 주머니의 예산이다.

교육재정 안정의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 학령인구가 100만명을 넘던 시기에 갖춰진 교육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할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우선 기계적으로 내국세수에 연동해 거둬들이는 방식을 현실화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교부금을 국내총생산(GDP) 및 학령인구비율과 연동해 산정하면 40년간(2020~2060년) 1000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교육교부금 개혁은 더 미룰 사안이 아니다. 재정이 많다 보니 허투루 써버리거나 관리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감사원과 국무조정실 감사에서 확인된 사실을 보면 기가 찬다. 학생들이 원치도 않는 태블릿PC, 노트북 등의 디지털기기를 구매해 무상으로 나눠줬다. 이마저도 상당수 학부모들이 '가뜩이나 디지털기기를 너무 많이 이용해 걱정인데, 왜 또 주느냐'며 거부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일부 학교는 몇백대의 단말기를 쓰지도 않고 창고에 보관만 했다. 쓸 곳을 못 찾아 남아돈 수조원의 예산을 다음 해에 넘겼다. 직선제 교육감들이 실효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부금을 쌈짓돈처럼 편법 낭비한 액수도 수백억원이다. 감사원이 2020년부터 2년간 42조원의 교부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는 사실에 할 말조차 잃게 한다. 모두 국민 세금 아닌가.

교육교부금 개혁 필요성은 십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어느 정부에서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 시도 교육청, 교육감, 교원단체들은 미래 교육을 위한 재정이라며 손도 못 대게 개편에 반대한다. 정부가 2026년 시행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일원화, 이른바 '유보통합' 정책에 드는 최소 연 2조원의 재원을 교육교부금에서 활용하는 관련 법 개정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교육교부금의 칸막이식 낡은 제도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고정·경직된 세수제도를 뜯어고치고 활용범위를 넓혀야 할 때가 됐다. 교육당국과 전문가들이 곪은 데와 도려내야 할 데를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정부와 지방교육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교부금 산정과 배분, 활용을 대대적으로 고쳐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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