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없어 고민인 교육교부금제도 왜 못 고치나
파이낸셜뉴스
2024.09.08 18:42
수정 : 2024.09.08 19:15기사원문
학생 줄어 4년후 1인당 50% 증가
나라는 재정난인데 편법으로 낭비
![[fn사설] 쓸 곳 없어 고민인 교육교부금제도 왜 못 고치나](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4/09/08/202409081842528333_l.jpg)
하지만 수혜자인 초·중·고 학생은 524만명에서 456만명으로 13%나 줄어든다. 학령인구와 세수의 엇박자가 심화된다는 의미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도 적정선에서 같이 움직이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이런 연동조항이 전혀 없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채워진다. 내국세와 의무적으로 연동돼 있어 국세가 더 걷히면 교육교부금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지방교육청과 교육계는 정부재정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재원보따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앙정부 입장에선 교육교부금은 비중이 높은 국가 의무지출 중 하나다. 올해 정부예산 의무지출 374조4000억원 중 19.8%가 교육교부금인데, 재량껏 쓸 수 없도록 묶여있는 다른 주머니의 예산이다.
교육재정 안정의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 학령인구가 100만명을 넘던 시기에 갖춰진 교육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할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우선 기계적으로 내국세수에 연동해 거둬들이는 방식을 현실화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교부금을 국내총생산(GDP) 및 학령인구비율과 연동해 산정하면 40년간(2020~2060년) 1000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부 학교는 몇백대의 단말기를 쓰지도 않고 창고에 보관만 했다. 쓸 곳을 못 찾아 남아돈 수조원의 예산을 다음 해에 넘겼다. 직선제 교육감들이 실효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부금을 쌈짓돈처럼 편법 낭비한 액수도 수백억원이다. 감사원이 2020년부터 2년간 42조원의 교부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는 사실에 할 말조차 잃게 한다. 모두 국민 세금 아닌가.
교육교부금 개혁 필요성은 십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어느 정부에서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 시도 교육청, 교육감, 교원단체들은 미래 교육을 위한 재정이라며 손도 못 대게 개편에 반대한다. 정부가 2026년 시행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일원화, 이른바 '유보통합' 정책에 드는 최소 연 2조원의 재원을 교육교부금에서 활용하는 관련 법 개정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교육교부금의 칸막이식 낡은 제도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고정·경직된 세수제도를 뜯어고치고 활용범위를 넓혀야 할 때가 됐다. 교육당국과 전문가들이 곪은 데와 도려내야 할 데를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정부와 지방교육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교부금 산정과 배분, 활용을 대대적으로 고쳐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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