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3·4세, 수백억 들여 자사주 폭풍매수…"승계 앞으로"
2024.09.15 07:02
수정 : 2024.09.15 13:49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1980년대생인 젊은 재계 3·4세들이 최대 수백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폭풍 매수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영권 승계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직접 장내 매수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267250) 부회장(1982년생)은 지난 5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약 472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장내 매수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당시 6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상승해 7만 원대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5.26%에서 6.12%로 끌어올렸다.
HD현대그룹의 유력한 차기 총수는 정 부회장이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은 개인 2대 주주다. 정 이사장은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정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그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1989년생)도 한화갤러리아(452260)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해 말 김 부사장의 지분은 1.57%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상반기 기준 2.32%로 늘렸다. 지난달엔 한화갤러리아 3400만주(544억 원)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3400만주는 17.5%에 달하는 물량이다. 실제 공개매수엔 2816만주가 응모했다. 김 부사장은 ㈜한화(36.31%)에 이어 2대 주주(16.85%)로 올라섰다.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는 △김동관 부회장(조선·태양광·방산) △김동선 사장(금융) △김동원 부사장(유통·로봇)이 각 사업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반면 지분 확대 과제는 남아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삼형제의 지분율은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1986년생)도 지난 6월 처음으로 롯데지주(004990) 주식 7541주를 장내 매수했다. 롯데지주 주가는 지난 2월 3만 3750원에서 2만 원대로 미끄러졌다. 신 전무는 주당 평균 2만 5862원에 첫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어 지난달 4255주를 주당 2만 4454원에 사들였다. 신 전무의 지분율은 0.01%(1만 1796주)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최근 신 회장과 공개 활동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유일한 롯데그룹의 승계 후보자로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3·4세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주가 저점 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저가 매수로 지분율을 확대하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