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분쟁’ 에프앤가이드, 주요주주 美헤지펀드 석연찮은 매도 타이밍...왜?

      2024.09.26 13:49   수정 : 2024.09.26 13: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1대주주인 화천그룹과 2대주주인 창업자 김군호 전 대표 간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에프앤가이드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연초부터 시작해 6% 가깝게 지분을 사 모은 미국계 헤지펀드가 최근 김 전 대표 측이 경영권분쟁을 통해 임시주총을 공시한 날 장외에서 에프앤가이드 주식을 급처분 했기 때문이다. 통상 주가 급등 재료로 여겨지는 경영권 분쟁 본격화 시점에 지분을 급하게 매도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인 박스홀딩스(Box Holdings LP.)는 지난 7월 18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주식 57만주(5.04%)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후 8월말까지 총 67만4571주(5.94%)를 확보했다. 당시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로 기재했다.

박스홀딩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헤지펀드로, 지난 4월에 공시된 자료상 운용자금이 6000만달러(약 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지난 9일 김 전 대표가 1대주주인 화천그룹의 이사 선임 요청에 맞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자, 박스홀딩스가 이틀 뒤인 11일 보유 주식 전량을 시간 외 대량거래(블록딜)로 매도했다는 점이다.


당시 매도한 67만4571주는 당일 종가 1만4500원 대비 11.2% 대비 낮은 1만2879원에 거래됐는데, 곧바로 1대주주인 화천기공과 특수관계인 화천기계가 주당 1만2753원(종가 대비 12% 할인)에 인수한 것으로 공시했다. 또 잔여물량 5만2568주는 1만4370원, 종가 대비 1% 할인된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물량은 개인투자자가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스홀딩스는 해당 지분 매각으로 매입가 대비 총 71%의 차익 실현을 봤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거래에서 박스홀딩스가 처분한 대다수 물량이 당일 종가 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대주주에 넘어 간 점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블록딜 과정에서 통상 일부 할인이 되긴 하지만, 해당 물량을 곧장 1대 주주가 잡았다는 사실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권영열 화천그룹 회장은 지난 3월 19~20일 화천기계 주식 50만주를 41억7000만원에 매각했는데, 그달 29일부터 박스홀딩스가 에프앤가이드 주식을 매수했고 보유 주식 대부분을 화천그룹 계열사에 넘긴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라며 “박스홀딩스에 권 씨 일가 자금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화천그룹이 박스홀딩스를 통해 우호지분으로 주식을 보유한 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경영권 행사를 위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신고한 박스홀딩스에서 화천기계 및 화천기공으로 보유자를 변경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추측을 전제하면 시간 외 거래가 종가보다 12% 낮게 거래 된 점이 이해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박스홀딩스를 법률 대리하고 있는 율촌 관계자는 "통상적인 공시를 진행했을 뿐 그 외 사항에 대해선 사실 관계를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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