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넘어간 우리 과학자들, 인재정책 새로 세우라

      2024.09.30 18:04   수정 : 2024.09.30 18:27기사원문
우리나라 과학자 13명이 중국 정부의 해외인재 유치 계획에 참여, 중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명문대 교수와 연구원으로 일하다 중국 대학 등으로 소속을 옮겨 길게는 10년 이상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 양자컴퓨터, 나노 복합체, 선박, 신약 등 최첨단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중국 당국은 2009년부터 10년간 과학기술 인재 1000명을 중국에 유치하는 '첸런(千人·천인) 계획'을 추진했는데 우리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첸런 계획은 중국 당국이 미래 첨단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정책이었다.
2019년 공식 종료됐으나 '치밍(啓明·계명)' 등 유사한 형태로 지금도 비밀리에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인재들에게 수십억원의 연구비와 생활보조금, 고급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 대우를 한다고 한다. 중국이 첨단기술 굴기에 박차를 가하며 AI 논문 인용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데도 이런 배경이 있을 것이다.

우리 과학자들이 중국에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안보 차원에서 개인의 이적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그들이 축적한 상당한 지적 재산도 함께 중국에 넘어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상품 개발과 상용화에 우리 인재들의 기초과학 기술이 활용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첨단기술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첸런 계획으로 이적한 교수가 자율주행차 기술 70여건을 중국에 넘긴 죄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판결을 받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국내외 여러 인재들이 첸런 계획에 포섭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실 확인은 물론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중국의 한국 과학자 포섭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과학인재 육성정책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과학고 학생, 이공계 학생들이 고소득 특권층으로 굳어진 의사면허를 따기 위해 몰려드는 게 오늘의 우리 사회다. 인재와 기술의 축적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으니 AI, 바이오 등 11대 핵심 과학기술은 2년 전에 중국에 역전당한 것이다.

그간 선박,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역대 최대 수출실적의 숫자에 도취돼 있지는 않았나. 가장 중요한 인재 육성과 유치 대책은 맨 뒷전이었다. "반도체 빼고 중국에 다 따라잡혔다"는 한국 기업인의 우려에 이제서야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첨단분야 이공계 해외 인재에 대한 톱티어 비자 신설 등 인재 이민·양성 대책을 지난주 잇따라 내놓았다.

국익에 우선해 우리 인재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년 1월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 시행된다. 법에 기반해 정부는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길러 이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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